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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 가꾸는 어느 사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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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선생님, 요즘 뭐 불편하신 점 없으신지요』 『아니, 나보다 자네 일해 나가는 데 어려운 일 있으면 얘기하게』-제8회 「스승의 날」인 15일 이임씨(30·연세대 정외과 65년 졸)가 대학시절의 스승인 김명회 교수(48·연세대 정법대학장)를 학교로 찾아가 나눈 첫마디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 사업에 전념하고있는 이씨는 『재학시절은 물론 졸업 후에도 늘 마음깊이 보살펴 주시는 선생님의 고마움에 반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지난 3월10일 김 교수의 정법대학장 연임기념으로 「코로나」 1대(서울 자1-6164호)를 선사, 주위의 흐뭇한 화제가 되어왔다.
처음 이씨가 김 교수에게 자동차를 선사하겠다고 말했을 때 김 교수는 거절했다.
이유는 『자가용을 유지할만한 재정적 실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 말을 들은 이씨는 운전사 월급을 포함, 자가용을 굴리는데 드는 비용일체를 매달 대주기로 했다.
김 교수와 이씨가 이 같이 각별한 사제지간이 된 것은 지난 64년 6·3「데모」때 대학의 정치외교 학회장으로 있던 이씨가 서대문 교도소에 수감된 후 석방될 때까지 당시 과 주임이었던 김 교수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씨를 면회가 위로해 줬고 이씨의 석방을 위해 교수들과 학생들의 연명으로 된 진정서를 관계요로에 냈던 때부터였다.
이씨가 졸업 후 취직한 것도 김 교수의 힘이 컸으며 직장생활 중에도 이씨는 어려운 일만 있으면 김 교수를 찾아 조언을 구했고 사회생활의 바른 길을 찾으려고 애썼다.
이씨가 졸업하던 해 김 교수의 연구실에 근무하던 현재의 부인 이소종씨(30)와 결혼함으로써 사제지간의 정은 가정으로까지 이어져 매달 한번씩 부부가 김 교수의 가정을 방문해 왔다.
이씨는 자기가 자동차를 사드린 것은 강단에서 뿐 아니라 교외에도 제자들 일 때문에 돌아다닐 일이 많은 김 교수에게는 자가용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집에는 제자들의 방문이 끊어지는 날이 거의 없고 지난 정초에는 다른 제자인 김병철씨가 학장실에 전화를 놓아주었다.
학문연구와 제자들을 만나는 것이 취미이나 요즘 학생들은 마음놓고 학문에만 전념 못하는 환경에 놓인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 김 교수는 『학생들이 졸업 후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도와주는 것을 재학 때 못다 가르친 교수에게도 책임이 있으므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제자에게서 선물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하루속히 교직자의 생활이 좋아져 어려운 제자들을 도와주게 돼야겠다』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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