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유약 세련되고 다채로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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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대 미대의 권순형 교수가 4번째의 도예전을 마련했다. 도예 자체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격년으로 꼬박꼬박 개인전을 열고 있음은 정력적인 제작 활동을 말해 주는 것이 된다. 작품에 있어서도 이 일에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하던 4, 5년 전 것에 비하여 이제는 기형이나 유약이 아주 세련되고 다채로와 졌다. 이번 출품은 1백2점.
그는 전시회 도록으로서 규모는 작으나마 원색 작품집까지 준비했다.
그것은 이제까지의 실험 작업을 일단 정지해 보려는 것으로 해석되며, 한편 제작에 있어 얼마큼 자신이 생겼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권 교수의 수년간 작업은 유약의 발색에 집착돼 있다. 스스로 흙을 빚고 불 가마를 지키며 실패를 발판 삼고 있다. 그릇에는 간혹 1천3백여도의 극한 열도가 지르르 녹아 흘러 있다. 또 번득이는 유약의 광택만이 아니라 분청과 같은 소프트한 질감을 취하기도 했다.
출품작 가운데 가장 그의 체취가 풍기는 기형은 천도 복숭아의 탐스러움을 연상케 하는 화병류이다. 숫적으로도 전시장의 주조를 이루는 그릇들이다. 이것들은 굽어서 안정감을 유지시키며 보드랍고 풍만한 곡선을 담은 동체가 구연에서 가뿐하게 정리되었다.
형태가 그러함에 비하여 투박하고 혹은 활달한 무늬는 이들 그릇에 중량을 더하면서 조화돼있다.
더러는 이조백자와 유사한 형태도 엿보이긴 하나 미처 자가류로 소화하지 못한 느낌이다. 전통적인 포름을 맴도는 이상 여러 가지 기형에 대한 문제도 앞으로 중요한 과제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16일까지 신세계 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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