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련교육의 개선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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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 선거기간 중 여야간의 열띤 정책논쟁으로까지 등장했던 대학에서의 군사교련실시문제에 대해 서울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이 그 개선방안을 구체적으로 건의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러한 건의문 제출은 앞서 문교부가 전국 54개 대학에 보낸 공문에 따라 각 대학당국이 학생들의 의견을 참작하여 그 최대공약수를 집약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현재까지 접수된 각 대학별 건의문의 골자를 다시 요약하면 ①교련시간을 대폭 줄일 것 ②선택과목으로 할 것 ③1, 2학년 과정에서만 실시할 것 등이 그 주요내용을 이루고 있는 듯 하다.
여기서 명백해진 것은 대학당국이 제출한 이와 같은 건의문 취지는 애당초 문교·국방 등 정부당국이 확정 시달했던 대학에서의 군사교련실시 요강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건의는 대학생들이나 대학당국의 요구가 결코 군사교련의 실시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는 점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본란이 누차 지적한바 있듯이, 기본적으로는 군사교련을 실시하되 그 양과 방법의 문제를 에워싸고 상조된 정부와 학생을 포함한 대학당국자간의 의견차이는 대화를 통해서 반드시 합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 생각되는 것이다.
원래 정부가 71학년도부터 실시하기로 확정 시달했던 요강에 의하면 전대학생 (여자 및 제대군인 제외)에게 1, 2, 3학년과 4학년 1학기까지의 기간 모두 7백 11시간의 군사교련을 과하고, 졸업 시에 실시하는 검문성적에 마라 일부는 장교, 일부는 하사관 또는 일반사병으로 임관 복무케 하되, 신병훈련 과정의 교육을 면제하며 병역복무기간을 6개월씩 단축해준다는 것으로 돼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련교육 강화방침이 발표되자 많은 대학생들이 이를 완강히 반대, 가두 「데모」사태를 유발하였으며, 때마침 전개된 대통령선거전에 있어서는 이 문제가 중요한 정책논쟁으로까지 번져 마침내는 박정희 대통령도 선거 후 그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르렀음은 우리가 다 아는바와 같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당국자가 대학에서의 군사교련 실시문제를 대학교육의 본래목적과 조화시키는 가운데 대담하게 재검토함으로써 모든 변조적인 요소를 제거하도록 요망하고 싶다.
대학의 본래의 기능은 주로 학문연구와 교수활동 및 이를 동한 사회봉사에 있다고 한다. 따라서 어느 나라이건 대학생들에게 징집연기 등 병역법상의 특전을 주고 있는 것은 이들에게 대학의 이와 같은 본래의 사명에 충실케 하는 것이 국가의 이익이 되겠기 때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오늘날 한국에서도 과학원재학생이나 교육대학수료자에게 현역복무의 의무를 거의 면제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도 과학기술 진흥이나 2세 교육이 국방 못지 않게 중요한 국가이익이 되겠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생들로 하여금 되도록이면 정상적인 대학교육의 과정을 밟게 함으로써 학술분야 전체의 고른 발전을 가져 올 수 있도록 대학다운 분위기의 유지를 보장한다는 것은 대국적 안목에서는 이들에게 군사교련을 강화시키는 것보다 더 국가적으로 유용할 수도 있는 것임을 솔직히 시인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현대전의 성격이 고도의 과학기술과 지능을 요구하는 총력전임을 상기할 때 그와 같은 고급인력의 기반이 될 대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강제적인 군사교련을 실시한다는 것은 국방력강화라는 관점에서도 반드시 신명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 모든 점에서 정부는 앞으로의 대학교련 실시요강 재조종에 있어서는 대학당국의 건의문취지를 충분히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나아감이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대학당국의 개선방안 중에서도 특히 ①교련교육의 선택 이수제 ②실시기간의 저학년 한정과 총 이수시간 단축 ③교과내용의 정훈교육 중심제로의 전환 ④장교지원자를 위한 ROTC 제 부활 등은 큰 안목에서 볼 때, 우리 나라의 국방력을 근저에서부터 더욱 견고히 하고, 국군의 정예화를 기하는데 있어서도 유력하리라는 점을 눈감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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