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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거래제한 풀린 서부이촌동…매수·매도자 눈치보기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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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기자] "가격이나 물건 동향이 어떤지 묻는 전화가 부쩍 늘었어요. 아직까지 거래가 성사되는 건수는 많지 않지만 끊겼던 문의전화가 다시 걸려오고 있으니 시장도 곧 살아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17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에서 만난 L중개업소 사장은 "2007년에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고 지난주 해제가 확정될 때까지 6년여 간 거래가 끊겼지만 요즘은 다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고, 도시개발구역 지정 해제를 확정한 이후 서부이촌동의 주택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여전히 문을 연 중개업소가 별로 없고 거래 움직임도 미미하지만 한동안 끊겼던 문의전화가 다시 걸려오면서 시장에 생기가 도는 모습이다. 일부 중개업소 앞에는 매물표가 내걸리기 시작했다.

"매물 나오고 일부 단지 호가 올라"

서부이촌동 일대 중개업계에 따르면 인근 중소형 아파트 매물이 시장에 조금씩 풀리고 있다. 인근 B중개업소 사장은 "중소형 단지 위주로 2~3건씩 매물이 나온 상태"라며 "다만 계약 건수는 적다"고 말했다. 매수·매도자 간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R중개업소 사장은 "일부 집주인은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향후 집값 움직임에 대한 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단지는 매도 호가(부르는 가격)가 오르기도 했다. 북한강 성원아파트 59㎡형(이하 전용면적)은 이달 초 5억5000만원 전후에서 최근엔 6억원까지 매물이 나온다. 구역지정 해제 직후 5억7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자 호가도 뛰고 있는 모습이다.

▲ 용산국제업무지구 예정부지. 왼쪽에 희미하게 서부이촌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보인다.

전문가 "당분간 시세 회복 어려워"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지역 부동산시장이 이른 시일 내에 확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재산 피해를 본 주민들과 서울시·시행사 등 간의 대규모 소송전이 잇따를 것이란 예상에서다. 명지대 권대중(부동산학) 교수는 "아무래도 소송전을 벌이게 되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금세 시세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지역 대림아파트 59㎡형 매매가격은 구역지정 전 8억7000만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5억~5억3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온다. 북한강 성원아파트 59㎡형도 2007년 9억원까지 올랐었다.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이어서 새로운 개발사업 시행이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부이촌동 생존권사수연합의 김재홍 대변인은 "대림·성원아파트 주민은 당분간 개발에서 벗어나 쉬고 싶다는 의견이 많은 반면 노후 아파트나 연립주택 소유자는 빨리 조합을 구성해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의견을 한 데 모은다 해도 사업 진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개발에 의욕을 갖고 있는 낡은 주택지역의 경우 사업성이 떨어져 개발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재개발 부지로서 너무 좁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서부이촌동 일대 재생사업에 나선다. 우선 노후 주거지를 중심으로 주민·전문가들과 함께 이르면 올해 말까지 도시관리계획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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