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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부재…아동 보호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5세∼17세까지의 부랑아들을 수용, 부모를 찾아주고 선도할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립아동 보호소(서대문구 응암동 산7)는 금년 들어 목욕탕·이발소·의무실 등을 보수하는 등 보호소의 후생시설 개선에 힘을 쓰고 있으나 수용된 아동들의 교육·정서면에는 거의 손을 쓰지 못해 시의 절름발이 아동복지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시는 금년 아동 보호소 예산을 작년보다 75%나 늘려 모두 1억5천여만원을 세우고 아동 보호소의 면목을 일신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21개 어린이용 막사에 1천5백여명의 부랑아들이 붐비고 있는 아동 보호소에서 이들을 맡아 기르고 가르치는 보모는 모두 25명. 소위 문제아동들인 이들을 맡은 보모들은 아무런 전문교육도 받지 못한 고졸정도의 학력의 소유자들로 24시간 아동들과 더불어 지내며 이들의 의식주를 돌보는 실정이어서 이곳에서의 교육효과는 거의 받기 어렵게 되어있다.
이 문제아동들을 다룰 전문교육을 받은 보모가 한 사람도 없는 아동 보호소에 의하면 보모들에 의해 아동들은 매일 7∼8시간씩의 국민학교수준의 공부를 한다고 하나 이들이 앉아 배울 교실도 없을 뿐 아니라 취학아동과 미취학아동이 분리 수용되어 있지 않고(국민교 경우) 지능차이가 너무 크고 썩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방안에서 장난을 하거나 보호소의 농장 일에 동원되는 게 고작이다.
따라서 보호소에 우범소년을 수용하는 막사가 따로 있긴 하지만 이들에게 일정한 일과가 주어지지 않고 대부분이 2∼3차례 이곳을 다녀간 아동들이어서 길을 잃었거나 처음 이곳에 들어온 아동들에게는 악의 온상이 되고있다고 한 직원은 말했다.
거의 사흘이 멀다하고 보호소를 둘러싼 2m정도의 담을 뛰어넘어 달아나는 아동들은 한결같이『고참들의 매질에 견딜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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