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 … 도레이에겐 추격자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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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따라잡을 추격자는 없다.”

 닛카쿠 아키히로(日覺昭廣·64·사진) 도레이 사장은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도레이는 세계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는 일본 기업이다. 철보다 단단하지만 무게는 훨씬 가벼운 탄소섬유는 각광받는 신소재다. 국내 대기업도 속속 뛰어들고 있는 시장이다.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러 한국을 찾은 닛카쿠 사장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만났다.

 -지난 9월 세계 3위의 탄소섬유 기업인 미국의 졸텍을 인수했고 한국의 웅진케미칼도 사들이기로 계약을 맺었다. 도레이의 식욕이 대단하다.

 “무작정 기업을 사들일 생각은 없다. 도레이의 핵심기술과 기본가치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이 산업에선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보유하고 있던 호텔 사업을 지난 2002년 매각한 게 한 사례다.”

 -소재 분야에서 중국이 성장하고 있다.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는 것 아닌가.

 “섬유 등 단순 소재 산업을 따진다면 중국이 생산을 많이 하고 있다. 중국의 양적 발전은 단순 가공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저렴하게 설비를 사들여 싼 인건비로 생산해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탄소섬유, 수처리 막, 폴리페닐렌 설파이드(PPS) 등 첨단 소재는 다르다. 단순히 좋은 설비만 들여놓는다고 해서 쉽게 뽑아낼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중국이 연간 3만t의 탄소섬유를 제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지만 고품질의 제품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다. 첨단·특수 소재와 관련해 중국은 (일본을) 추월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에선 강한 자신감을 읽어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중국의 기술 수준이 낮다는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소재 산업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첨단 핵심 소재는 개발하는 데 길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경영 방식, 이익만을 따지는 사고로는 성공할 수 없다. 도레이 역시 지금의 기술 수준에 오르는 데 역삼투막(RO) 부문은 40년, 섬유는 80년이 걸렸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연구개발 기간을 10~20년으로 잡고 투자한다.”

 -한국은 어떻다고 보나.

 “소재 산업은 많은 시간을 투입해 기술을 축적해야 성공한다는 점을 한국 기업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다른 업종과 비교해 시간 축이 10배 정도 길다고 보면 될 거다. 탄소섬유는 앞으로 탄성과 강도에서 2~3배 정도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경쟁 기업들이) 장기적 관점을 가지지 않고는 우리 수준을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현대차가 탄소섬유를 차체 소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도레이 제품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원(F1)’에선 1985년부터 차체에 탄소섬유를 적용했다. 그 전 20년 동안 20명의 F1 운전자가 사망했지만 탄소섬유 채택 이후 지금까지 3명만이 사망했다. 그만큼 강도와 안전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다만 값 때문에 2000만 엔(2억1000만원) 이상의 고가 차량에만 아직까지 적용되고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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