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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단풍여행, 비샤몬도의 붉은 단풍 … 레드카펫 주인공이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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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단풍여행은 절경과 야경을 감상했다면 성공한 여행이다. 교토의 가을 단풍은 10월 말부터 11월 중순이 한창이나 올해는 11월 중순에서 12월 초가 절정으로 보인다. 사진은 비샤몬도 풍경이다.

교토는 일본인에게 마음의 고향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794년에 도읍지가 된 이래 메이지유신으로 수도를 도쿄로 옮긴 1868년까지 이곳에 일왕(일본에선 천황)이 살았다. 경주나 마찬가지로 천년의 고도이다. 그뿐 아니다. 계절마다 눈부신 자연풍광은 전국의 일본 국민으로 하여금 교토로 발길을 향하게 만든다. 특히 유난히도 붉고 아름다운 교토의 단풍은 교토의 고즈넉한 풍경과 어울러져 좀처럼 뇌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날씨 때문인지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는 계절.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30분 거리의 오사카 간사이공항. 공항에서 특급JR열차를 이용하면 교토까지는 약 1시간20분 걸린다.

교토 단풍 기행은 솔직히 어디를 가야 할 지 망설인다. 기요미즈데라·긴카쿠지 등 널리 알려진 명소들이 한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교토 단풍기행의 목적지는 절경과 산책, 야경이란 세 가지 주제로 ‘숨어 있는 명소’를 꼽았다.

교토의 가을 단풍은 10월 말부터 11월 중순이 한창이나 올해는 11월 중순에서 12월초가 절정으로 보인다.

◆단풍 절경지 ‘난젠지’=교토역에서 긴카쿠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유는 긴카쿠지를 둘러보기보다는 ‘철학의 길’을 통해 난젠지로 가기 위함이었다. 철학의 길은 긴카쿠지에서 난젠지까지 약 2㎞. 시가현의 비와 호수에서 교토까지 연결돼 있는 수로 옆길이다. 긴카쿠지에서 철학의 길을 따라 30분가량 걸어가니 난젠지에 도착했다. 높이 22m의 산몬(三門)에 올라 교토 시내를 내려다보니 형형색색의 단풍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붉은색으로 눈에 들어왔다. 다만 모든 나무가 붉게 어우러져 있는 것이 아니라 초록빛이 섞인 단풍, 아직 녹음의 기색이 완연한 단풍 등이 조화롭게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게 이색적이었다. 단풍의 끝자락에 놓인 것은 난젠지 법당. 이번에는 법당으로 가 거꾸로 산몬 쪽을 바라보니 또 다른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법당에선 20여 명의 관광객이 큰 향로에 둘러서서 향의 연기를 손에 담아 얼굴과 몸에 비비고 있었다. 백년장수의 효험이 있다고 하는 데, 물론 미신이겠지만 열심히 다른 사람을 따라 해봤다. 이런 것도 일종의 여행의 묘미일까.

난젠지 방문 가능 시간은 오전 8시40분~오후 4시40분으로 연중무휴로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산몬 500엔, 그 외 절 안은 무료다. www.nanzen.net

◆단풍 산책지 ‘비샤몬도’=난젠지에서 약 6㎞ 정도 떨어진 비샤몬도. 야마니사역에선 걸어서 20여 분. 일반 주택가를 지나는 길이다. 단풍뿐 아니라 일본의 보통 주택가가 어떤지를 느낄 수 있는 산책길이기도 하다. 또 가는 길 옆에는 크고 작은 아기자기한 절과 신사가 있어 잠시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비샤몬도 입구에 도착하면 바로 10m의 돌계단이 눈에 띄었다. 계단은 붉은 단풍으로 덮여진 카펫과 같았다. 잠시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걸어가는 배우가 돼 보시면 어떨지. 단풍을 밟았을 때의 순간 촉감, 그리고 바스락하는 청각 효과가 야릇한 쾌감을 느끼게 했다. 이곳은 703년에 만들어진 사원이다. 도쿄까지 이어지는 도카이도선에 위치해 일찍이 각 지역의 쇼군(장군)들이 교토로 들어오기 전 반드시 들러서 휴식을 취한 곳이라고 한다. 봄에는 벚꽃이 절경을 이룬다고 한다.

비샤몬도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둘러볼 수 있다. 본당(500엔)을 제외한 입장료는 무료다. www.bishamon.or.jp

◆단풍 야경지 ‘쇼렌인몬세키’=지하철 도자이선의 히가시야마역 또는 게아게역에서 가까운 쇼렌인. 웅장한 입구 우측에는 수백 년 된 녹나무가 즐비했다. 일왕의 임시숙소로 사용됐다고 하는 게 충분히 납득될 정도로 건물과 정원은 보기에도 격조가 높았다. 어둠이 내리고 드디어 라이트 업. 순식간에 밤하늘의 별이 일본 정원에 내려온 듯한 환상적 모습으로 변했다. 붉은 단풍과 정원의 푸른 불빛이 어우러져 마치 우주로 날아온 느낌이었다. 낮 시간의 고즈넉한 정원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건물의 마루를 밝히고 단풍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연출하는 세심한 조명기술도 감동이다. 교토 토박이에게는 소문난 곳이지만 일반 관광객에게는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대표적 ‘강추’ 명소. 교통편도 편리하다.

쇼렌인몬세키는 10월 25일부터 12월 8일까지 야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입장료는 800엔. www.shorenin.com

한편 난젠지나 비샤몬도, 쇼렌인몬세키 외에도 단풍 절경과 근사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기요미즈데라와 도후쿠지·쇼지지 등에서 단풍 절경에 매료될 수 있다. 고다이지·기요미즈데라 등에선 단풍과 불빛이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교토=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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