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감성'에 흠뻑 젖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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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흔히 '팝송'이라 하면 대부분 영미의 대중 음악을 가리킨다. 그것도 일부 영국 가수나 그룹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음악이다.

돌아보면 유럽의 팝 음악도 우리에게서 그리 멀지 않다.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아바와 에이스 오브 베이스는 스웨덴 출신 그룹이고, 아하는 노르웨이 출신이었다. 카디건스나 M2M 등 역시 북유럽 출신이다.

최근 들어 유럽의 감성을 담은 음반이 부지런히 국내 음악팬들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이들 음악은 폭넓은 인기를 얻지 못한 채 소수 팬들만이 찾는 형편이지만 예상 외로 참신하고 대중적인 호소력을 갖고 있는 곡들이 적지 않다. 이런 음반 중에서 스웨덴 출신의 젊은 음유시인 라세 린드(Lasse Lindh)의 '유 웨이크 업 앳 더 시 택'(You Wake Up At Sea Tac)이 단연 눈에 띈다.

스웨덴 팝이라지만 그의 감성은 그리 낯설지 않다. 속삭이는 듯한 감미로운 목소리에 임브레이스(Embrace), 트래비스(Travis) 같은 영국 모던 록밴드의 사운드와 닮은 점도 많다. 달콤하되 끈적거리지 않고, 밝고 힘있는 사운드보다는 어둡고 사색적인 면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국내 팬들에게 그의 이름을 알린 곡 '헤치고 오세요'(C'mon Through)와 '마음은 늙어버렸네'(The Heart Is Old), '그것'(The Stuff), '이상 있음'(Damage Done) 역시 우리 감성에 잘 맞는 곡들로 꼽힌다. 라세 린드는 올해 29세 청년으로 이 앨범은 그의 두번째 앨범인 동시에 첫 영어 앨범이다.

시규어 로스(Sigur Ros)는 아이슬랜드 출신의 4인조 록 그룹이다. 이들의 음악은 일반적인 대중 음악의 테두리를 훌쩍 넘어선다.

최근에 선보인 이들의 세번째 음반 '( )'는 그들의 이전 음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는 덜 실험적이라지만 처음 듣는 이에게는 익숙지 않은 스타일이어서 '저 너머의 음악'으로 들릴 법하다.

이 음반은 음반 전체가 말그대로 ( )(비어 있음)그 자체다. 이 음반에는 수록곡 순서도 제목도 없이 70여분간 8곡이 흐른다. 몽환적인 기타, 읊조림 혹은 허밍, 울림과 잡음 사이를 오가는 전자음 등은 실험적이면서도 듣는 이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핀란드 출신의 4인조 케모페트롤(Kemopetrol)의 음반 '에브리싱 이즈 파인'(Everything's Fine)도 눈길을 모은다. 케모페트롤은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 외에도 키보드와 샘플러 등을 더해 록과 펑크, 댄스 뮤직,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음악을 들려준다. 요즘 북유럽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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