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 농산물 판매대전의 사용비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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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차관으로 미국에서 도입되는 잉여 농산물의 국내 판매대전 사용방식에 새로운 국면이 야기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종래에는 무상 원조로 제공되던 잉여 농산물의 판매대전에 한해서 미 측이 40%를 사용했던 것인데 올해부터는 차관 분에 대해서도 미 측이 35%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 측이 차관 분의 판매대전에서 35%를 사용하겠다는 구체적인 이유를 확실히는 알 수 없으나 내년부터 무상 원조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즉 미 대사관 경비를 조달해주던 무상 잉여 농산물 판매대전이 내년부터 소멸됨에 따라서 미 측은「달러」를 한국은행에 매각해서 현지 경비를 조달해야 할 입장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국제 수지 사정이나 외환 사정으로 보아「달러」의 매각으로 현지 대사관 경비를 조달하는 것이 소망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즉「달러」유출을 방지하면서 미국 내의 농산물 가격지지 정책도 기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식으로 잉여 농산물 차관을 제공하자는 뜻에서 이번과 같은 방식이 제의되고 또 한국정부가 이를 수락한 것이라고 일단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잉여 농산물을 도입하여 부족한 국내 식량공급을 메우고 또 그 판매대전을 이용하려는 한국 측의 계산과 「달러」방위를 기하면서도 소기한 외교적·정치적 활동을 수행하려는 미 측의 계산이 부합됨으로써 차관자금의 미 측 사용이 한미간에 합의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각도를 달리하여 이 문제를 생각할 때 차관 도입 분을 처음부터 미 측이 35%씩 이나 사용하게 된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드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차관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대외 부채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우리가 그 판매대전의 전부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들어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획원 당국에서는 이를 원리금 상환의 조기 상환이라고 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도입된 잉여 농산물의 판매대전이 입금되자마자 미 측이 35%를 사용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필요 잉여 농산물 도입 량이 결정되고 나면 65%를 차관으로 도입하고 나머지 35%는 미 측이 한국의 민간업자에게 직접 판매하도록 수입「쿼터」만 정부가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양성화시킨다면 많은 비판이 뒤따를 것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양성화시키는 것보다도 국민 경제적으로 더 불리한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엄연히 35%를 미 측이 사용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 측 사용 분까지 총합해서 5%의 착수금을 주고 단기간이나마 이자가 붙도록 하는 것은 실리 면에서도 커다란 우리의 손실이라는 것이다. 문제를 이와 같이 본다면 차관으로 도입되는 잉여 농산물과 미 대사관의 현지 경비조달용 양곡 도입 분을 구분하도록 정부는 미 측과 다시 절충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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