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빗속에 침몰한 삼양어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삼양수산-태양어업-삼양어업으로 전신하면서 부실기업의 「모델· 케이스」로서 당국이 그 정상화에 주력해 온 삼양어업 (대표 정규성) 이 끝내 재기하지 못한 채 파산·해체됐다.
삼양어업은 북양을 최초로 개척한 회사라는 점과 유망한 성장산업으로 지목되고 있는 원양어업 분야에서 처음 도산한 업체라는 점에서 다같이 해체의 비련을 맞게된 경과가 관심의 촛점이 되고있다. 삼양어업이 남긴 것은 은항채 42억6천9백만원, 사채 8억여원 (업계추산) 등 도합 50여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다.
삼양어업의 전신은 삼양수산 (대표 정규성) 이며 삼양어업이 이번에 부실기업으로 해체당하게 된 원인은 이미 삼양수산이 설립됐을 때부터 배태됐던 것이다.
67년에 발촉할 당시, 삼양수산의 재무구조는 총 자산 18억4천5백만원 중 자기자본이 1억원뿐이며 나머지 17억4천5백만원은 타인자본으로 돼있었다.
특히 삼양수산은 북양의 연어와 송어잡이를 목표로 출발했으나 이러한 사업추진이 미· 가· 일 등 관계국의 반대에 부딪쳐 어렵게 되자 운영난을 거듭, 초년도부터 8억3천만원의 손실을 냈다. 뿐만 아니라 69년까지 세차례 북양에 출어하면서 삼양은 1억원 짜리 배 2척이 침몰하는 등의 결손도 보았다.
이렇듯 출어 결손이 누적된데다 자기자본 부족에 따른 과중한 금리부담까지 겹쳐 삼양수산은 35억원의 부채를 지고 끝내 69년말의 부실기업정리 1차 대상이 되어 정리됨으로써 정규성씨가 손을 떼고 같은 부실기업인 신흥수산 및 신흥냉동 등과 합병, 태양어업으로 개편됐던 것이다.
그런데 태양어업은 수산개발공사의 관리 하에 운영됐으나 눈사람처럼 불어나는 은행부채와 계속되는 북양조업부진 등으로 6개월만에 8억원이란 빚을 더 지게 되었다.
정부는 이에 당황, 태양어업을 두번째로 정리, 연고권자인 정씨에게 이를 다시 인수시켜 운영케했던 것이다.
그러자 정씨는 재인수한 태양어업을 삼양어업으로 개편하고, 명동에 있는「코스모스」 백화점을 담보로 제1은행에서 3억원의 출어· 운영자금을 융자 받아 재기를 시도했으나 거듭 실패, 이번에 삼양어업은 영영 해체되고만 것이다.
3월말 해체당시의 삼양어업이 보유하는 재산명세를 보면 9천4백t급 모선1척 (평가액 7억7천4백만원) 1천t 급 운반선 2척 (2억5천9백만원) 1백34t급 독항선 14척 (5억9천9백만원) 기타 소형어선 40척(4억원) 냉동공장 (부산소재· 8천1백만원) 등 약21억윈 상당이다.
이에비해 삼양의 부채는 은행빚만도 제일은행 27억원, 외환은행 6억6천만원, 농협 5억6천9백만윈, 수협 2억3천만원, 산업은행 1억1천만원 등 42억6천만원에 달했다.
당국은 이러한 삼양어업의 부채상환대책으로 삼양이 보유하는 소형선박을 제외한 17척의 어선과· 냉동공장 등 평가액 17억원 상당부분을 수산개발공사가 인수케하고 수개공은 이 자금을 수협을 통해 한은의 재할을 받아 충당토록 조치했다.
제일은행 등 채권단은 이 17억원을 은행에 예치, 3년 후 원리금이 34억원으로 불어난 뒤에 채권액비례로 나눠갖도록 합의했는데 3년 간의 이자와 상환금차액은 결손처분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삼양어업은 이제 해체되고 삼양의 주축이던 모선·독항선·운반선 등을 인수한 수개공(인수대금은 한은의 재할을 받는대로 지불하기로 하고 북양의 어기에 맞추기 위해 선박만 우선 인수) 은 이들 어선을 모체로 어선단을 편성, 이달 25일꼐 북양 출어길에 나선다.
현재 우리나라는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 3개 해역에 2백30여척의 원양어선을 내보내고 있지만 어느 한 회사도 적자로 쓰러진 회사는 없다.
업계에서는 30t짜리 배1척을 배양에 출어시킬 경우 배값 1억원과 한어기의 운영자금으로 5백만원 내지 1천만원이 필요하지만 잘하면 두어기로 배값은 뽑아 낼수 있다고도 보고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삼양어업이 부실화한 원인으로서 ①북양에서 정책어종이 된 연어·송어만을 어획하려 했기 때문에 제대로 조업을 못해 계속 적자를 내게되고 ②지나친 타인자본의존으로 원리금상환부담이 높았다는 점등을 들고있다.
그리고 이렇듯 삼양수산-태양어업-삼양어업의 경로를 거친 부실기업정리의 시말은 당국이 아직도 허다히 많고 또한 앞으로 계속 나타날 우려가 많은 여타 부실기업대책을 마련하는데 있어 엄청나게 값비싼 교훈을 준 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