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인하 언제쯤…잔금 납부 해?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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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기자] 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윤모(42)씨. 그는 지난해 새 아파트를 구입해 꿈에도 그리던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달 말 잔금 납부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취득세 인하 방침으로 세금을 적게 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씨는 "국회의원들이 온통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어 법안이 언제 시행될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잔금 납부 날짜를 미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8·28 부동산대책에 따른 취득세 영구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잔금 납부와 입주를 늦추고 있다. 취득세 인하를 담은 부동산 관련법 개정안이 시행될 때까지 잔금을 내지 않거나 등기를 하지 않은 입주 예정자들은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법 시행 전에 이런 절차를 밟으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 자양동 J공인 사장은 "9월 말부터 잔금 납부나 입주를 최대한 미루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세금이 한두 푼도 아니고 입주자 입장에선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소급 적용 해달라"…입주자 분통

법안이 시행되면 6억원 이하 주택은 지금의 절반인 1%, 6억~9억원은 2%, 9억원 초과는 4%에서 3%로 취득세율이 조정된다. 예컨대 5억원짜리 주택을 살 경우 지금은 취득세로 1000만원을 내지만 법안 시행 이후엔 500만원만 내면 된다. 같은 아파트에 입주하더라도 시기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더 또는 덜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최근 국회를 향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인터넷 카페와 입주자 모임 게시판 등에도 관련 글이 잔뜩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당장이라도 취득세를 깎아줄 것처럼 얘기해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며 "서민경제와 아무 상관없는 문제로 싸우기만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소급 적용 여부나 시기를 발표하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잔금까지 내고 아직 등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9월부터 소급 적용한다는 말 한마디만 해줘도 좋을 텐데, 정말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취득세 인하 조치를 하루빨리 소급 적용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며 "이처럼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법안은 우선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일러도 11월 말은 돼야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이란 점이다. 14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가 다음달 2일 끝나고 나면, 바로 대정부 질문과 상임위별 예산안 예비심사 일정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자칫 예산안 심사가 늦어지게 되면 12월 국회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자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각자 손익을 따지며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전국에서 입주가 시작되는 아파트는 6만3000여 가구이며, 이달 입주 물량까지 합하면 9만 가구에 육박한다. 특히 11월(2만8100가구)과 12월(3만5656가구)분이 많다.

잔금 납부 전이라면 미루는 게 좋다?

취득세 부과 기준일은 잔금 지급일과 등기일 중 빠른 날이다. 10월 15일 입주하고 10월 20일 잔금을 냈다면 15일이 세금을 내는 기준일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잔금을 내지 않더라도 지방세법 공포 전에 입주를 하면 취득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직 잔금 납부를 하지 않았다면 법 시행(11월 기준) 이후로 미루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등기 역시 잔금 납부 후 60일 안에 하면 되는 만큼 아직 등기 전이라면 법 시행 이후로 늦추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무조건적인 연기는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팀장은 "연체 이자를 물더라도 취득세 인하 혜택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잔금 납부·입주 시점을 약간 늦추는 게 좋다"며 "하지만 아직 법안 시행 시기를 알 수 없는 만큼 무작정 미루기보단 어느 게 더 자신에게 유리한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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