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국과 지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어떤 사람이 저승엘 갔는데 저승의 사자가 지옥과 천국을 안내했다.
먼저 지옥에 가보니, 큰방에 많은 사람이 앉아있는데 가만히 보니, 그 사람들은 전부 양팔에 널판때기를 매고 있었다.
널판때기를 팔 뒷면에 맸기 때문에 팔이 꾸부러지지 않는다. 조금 뒤에 그들 앞에 큰그릇에 밥을 담아왔다. 그 순간 그들은 서로 그 밥을 빨리 먹으려고 야단이 났다. 제각기 숟가락을 들고 허우적거렸으나 밥은 한알도 자기 입에 들어가지 않고, 방바닥에 흐트러져 일대수라장이 벌어지고 말았다.
저승의 사자는 다음 방으로 그를 안내했다. 벽 하나 사이인 다음 방에 들어가니, 거기는 천국이라고 했다. 이 방에도 역시 많은 사람이 앉아 있고, 앉아 있는 사람들 역시 팔에 널판때기를 매고 있었다. 조금 뒤에 마찬가지로 큰그릇에 밥을 담아왔다. 밥그릇이 들어오자 천국사람들은 의젓이 숟가락을 들더니만 밥을 떠서 자기 입에 넣으려 하지 않고, 마주 앉아 있는 상대편 입에 갖다 넣었다. 상대면도 역시 맞은편 사람 입에다가 떠 넣어주었다.
털끝만큼의 혼란도 없이 순조롭게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식사를 끝냈었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를 이런 환상적인 우화로 비유한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사는 현실사회에서도 문명국과 미개국의 차이는 이런 것이 아닐까? 문명국일수록 자기개인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미개국일수록 자기 개인의 이익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의 질서는 혼란하고 국가의 정정은 어지러운 것이 아닐까?
사람에 따라서는 위의 우화를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비웃을지 모른다. 우리의 현실생활은 너무나 각박하고, 자기만을 위해도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그저 웃어넘길 일이 아니고, 사실 우리 국민의 정신적 자세를 반성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지 모르겠다.
같은 현실적 여건을 가지고 한편은 지옥을 만들고, 한쪽은 천국을 만드는 예를 볼 때, 우리의 현실적 여건으로도 국민적 정신자세에 따라서는 천국 같은 문명국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이렇게 따지고 볼 때, 우리 나라의 근대화는 경제건설보다도 오히려 정신적 자세확립이 더 시급한 것이 아닐까? 물론 성인군자도 식이 위주란 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리 배가 부르고 잘입고 잘살아도 정신이 바로 서지 못하면 문명인 구실은 못한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현실은, 경제건설은 비약적 발전을 보았다고는 하나, 그 제품을 보면 일시적 눈가림의 조잡품이 많고, 또 그 생산품의 판매에도 일시적 속임수로 신용을 실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기 입부터 먼저 생각하는 지옥과 남의 입부터 먼저 생각하는 천국의 환상도를 생각해서, 내일의 국민적 정신자세를 가다듬는 일대 캠페인이 시급한 것이 아닐까?<곽종원 건국대총장·문학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