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병실 1인실로 운영 병실료는 5~6인실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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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처음으로 전병실을 1인실로 꾸민 대학병원이 등장한다. 이화의료원 이순남 원장(사진)은 8일 이대목동병원 20주년을 기념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짓는 제2부속병원의 모든 병실을 1인실로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법적으로 대학병원은 전병상의 70%는 다인실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모두 1인실로 만든다는 것이다.

많은 병원이 1인실을 병원 수익의 창구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의료원장의 계획은 자칫 병원의 수익을 높이려는 의도로 비쳐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1인실이지만 환자에게 받는 병실료는 5~6인실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줄어드는 병원 수익은 여러 단체나 기업들로부터 후원을 받거나, 해외환자 유치 등 사업을 다각화해 보완·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를 1인실로 운영하면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감염관리가 쉽고, 환자는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다.

현재 상급병실료는 병원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상급병실료는 전체 병원 수입의 4.2%, 환자가 지불하는 비급여부분의 14.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이 상급병실료로 받은 수입은 총 4415억원으로 일반 종합병원이 상급병실료로 받은 3360억원이나 병원(2371억원)보다 많다.

마곡지구에 짓는 제2부속병원의 1인실은 모두 목욕시설이 딸려 있는 5평 정도로 설계된다. 초기 투자비나 운영·관리비가 더욱 많이 든다.

하지만 이 의료원장은 “저렴한 비용으로 쾌적한 병실을 제공하면 현재 대학병원의 평균 80% 수준인 병상 가동률을 100% 수준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병실의 1인실화는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게 되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부속병원은 지역주민을 위한 편의시설도 제공한다. 이 의료원장은 “원내에 문화시설, 쇼핑몰, 장례식장 등 주민의 생활공간으로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상급병실료를 받지 않는 1인실 운영은 의료계에 적지 않는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부담을 최소화 하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제2부속병원의 규모는 연면적 3만3360로 부지에는 약 1만의 의과대학이 함께 들어선다. 병원은 설계단계부터 스마트병원(Smart Hospital)을 표방한다. 정보 검색, 병원 안내, 진료 결과, 입원 및 퇴원 수속이 휴대용 단말기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의료진은 응급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휴대용 단말기로 환자상태를 파악해 치료를 위한 준비를 하고, 환자는 궁금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피드백 받는다.

병원은 2014년 착공해 2017년 완공 예정이다. 제2부속병원은 해외환자 유치에도 첨병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김포공항이나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있다. 또 여성 의료진이 많은 만큼 남자 의료진을 기피하는 중동 여성에게 호응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목동병원은 제2부속병원과 차별화해 여성·소아를 위한 가족 맞춤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여성생애주기에 맞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불임·고위험산모를 위한 모자센터, 극소저체중아 전문센터의 기능을 강화한다.

이 의료원장은 “이대목동병원은 3차 의료기관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며 “가족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가족중심 병원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14대 의료원장에 취임한 이순남 원장은 1978년 이화의대를 졸업하고, 이대병원에서 혈액종양내과를 전공했다. 이화의대 대학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임상암학회 회장도 맡고 있다.

한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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