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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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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 6년 전부터 여성 단체들만의 구호로 등장했던 「소비자 보호」가 「계몽」의 단계를 넘어 「실제」로 접어들고 있다. 아직 선진국의 예를 따를 단계는 못되지만 도시를 중심으로 「소비자보호」를 내건 직매점이나 연쇄점 등 유통구조 근대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생산자와 정부당국에서 나오고 있으며 여성단체들이 앞장선 불량상품 추방운동도 많은 호응을 얻어 소비자들 자신의 문제로 접근시키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상공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매상 연쇄화 계획은 정부가 직접 개입했다는 후진성은 있으나 우리의 현실에선 소비자 보호운동을 앞당기는 바람직한 전기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 보호운동은 어디까지 왔을까? 앞으로의 문제점을 알아본다.

<운동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지금까지 여성단체들이 앞장서 온「소비자 보호운동」은 물가의 문제보다는 주로 유해식품 등 불량상품에 대한 품질개선의 문제를 다루어 왔다.
대한 어머니회를 비롯한 몇몇 단체에서는 직영소비조합을 만들어 값싸고 품질을 보장받는 물건을 회원끼리라도 나누어 쓰자고 운영해 봤지만 별 효과를 못보고 중단하고 말았다. 또 67년 쇠고기 값 파동 때는 쇠고기 안 사먹기 운동도 시도해 봤지만 결국「건의」정도로 그치고 말았다. 이렇게 실제적인 소비자 보호운동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로 담당자들은 첫째 한국적인 유통기구의 특징을 들고 있다.
생산에서 소매까지의 수많은 영세 중간상인, 수송수단, 저장시설의 미비 등에다 값을 멋대로 만들어 팔 수 있다는 상술은 「에누리」와 「바가지」의 거래풍조를 만든 것이다. 또 소비자 쪽에서도 값싼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는 생각이 불량상품을 낳게 하고 나 하나쯤 1∼2원 손해봐도 괜찮다는 소극적 태도 때문에 조직적인 운동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주부연합회에서 주걱들고 불매운동을 시작하면 모든 시장에서 그 물건은 절대 팔리지 않아 값을 내리게 되고 불량품 자동 폐기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 「메이커」가 물건값을 올리려면 소비자 연맹의 눈치부터 살펴야 할 정도다.
한국 여성단체협의회 이정숙 상무는 『그래도 70년에 가졌던 불량상품 전시회가 사회의 큰 반응을 받아 소비자 보호운동을 적극적으로 이끌게 했다』고 지적한다. 불량상품 전시회는 종래의 지엽적인 계몽활동을 모으는 역할을 하여 생산 「메이커」측에도 값을 내린다. 사과문을 발표한다든지 하여 반성을 표시하고 「소비자 보호」를 의식케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특히 2∼3년 전부터는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방향으로 생산 「메이커」측에서 내는 직매점이나 특수상가가 출현하여 소비가 보호의 「슬로건」을 내걸었었다. 그러나 「슈퍼마키트」나 상가「아파트」 등 유통혁명을 내건 상점들이 일반 소비자에게 큰 환영을 받지 못하여 앞으로의 소비자 보호운동의 문제점을 던져 주고 있다.
중간상인을 배제하여 값싸게 상품을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생긴 이러한「슈퍼마키트」나 연쇄상가는 정찰제를 내걸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물건값이 비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남대문시장 C·D동에 개점한 중소기업제품 직매장의 경우「마진」을 최소한으로 줄인다고 했지만 생산공장에서 미리「마진」을 높게 가산하여 박아낸 정가를 그대로 팔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비싼 것도 있다고 주부들은 불평한다. 한 예로 화장품의 경우 4백 원 정가가 붙은 「파운데이션」은 동네약방에서 사면 3백 20∼30 원에까지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에누리만 잘하면 똑같은 물건이라도 얼마든지 싸게 살 수 있게 되어 있는 한 정찰제의 상점들이 의의가 없어진다』고 「클럽」 김천주 총무는 말하면서 『「메이커」들의 철저한 정가 특정이 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진」이 커지는 이유로 수송문제가 크게 작용하는데 이런 것들을 통괄할 「체인·스토어」가 소비자보호의 한 방법으로 각광을 받게 되는 원인이다.
서울의 변두리 13군데에 세워질 상공부 지원「체인·스토어」는 유통「코스트」 인하를 첫 목표로 소비자를 위한 「시범」을 노리고 있으나 과연 얼마만큼 값이 싸고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가 문제다. 덧붙여 소비자의 입장에서 ①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곳곳에 일반화되어야 하고 ②철저한 품질검사 ②한번 들어서면 모든 물건을 살 수 있게 여러 품목을 구비하도록 바라고 있다.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불량품·유해품은 상도의의 문제에 앞서 당국의 감독이 우선해야 한다고 누구 나가 짚고 있다. 그러나 『감독기관이 생산업자에게 끌려가는 인상이 없어야 한다』고, 요즘 콩나물 불매운동을 벌여 왔던 주부「클럽」의 한 간부는 당국의 철저한 검사와 단속을 아쉬워한다. 「세미나」 개최 등의 소극적 활동에서 여성단체들의 소비자 보호운동은 조직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부「클럽」김천주 총무는 『아직 회원은 적지만「데모」라도 할 수 있는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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