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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재현 칼럼

차기 검찰총장 임명의 방정식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X에는 정권의 선택이라는 변수를, Y에는 검찰의 안정이라는 변수를, Z에는 국민의 만족이라는 변수를 대입해 수식을 만들어 보자.

X+Y+Z=∂. 채동욱 전 검찰총장 후임자 인선과 관련해서다. ∂에 해당되는 차기 검찰총장의 값은 가능한 한 최대치가 좋겠다.

X라는 변수부터 풀어보자
먼저 “혼외아들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의혹을 내세워 검찰총장을 쫓아낸 정권”이라며 변수 자체를 인정하기 싫은 세력이 있다. 야당과 박근혜정부에 비판적인 진영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채 전 총장을 둘러싼 논란은 팩트의 문제”라는 반론이 나온다. “혼외아들의 실재 여부는 도덕성과 관련 있다”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 속에서 채 전 총장과는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는 함의가 읽혀진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하고자 하는 검찰총장은 어떤 상(像)일까. 아마도 현 정부의 속내를 재빨리 이해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감대를 갖췄고, 국가관이 투철하고,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이 유력할 것 같다. 검찰 조직에 이해가 깊은 사람이라면 금세 특정 지역, 특정 학교, 특정 수사 분야 등을 연상할 것이다. 정권 차원의 관점에서 보면 채 총장은 낙제점이었을 거다. 국정원 댓글사건에서 보여준 행보로 판단했을 경우 대통령의 의중에는 물론 정권 충성도나 국가관이나 썩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신뢰할 만한 인물’이 차기 총장의 필요충분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Y 변수는 어떻게 볼 것인가
작금의 상황에서 검찰에 필요한 것은 조직 안정과 침체된 분위기 쇄신이다. ‘채동욱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일부 검사의 돌출 언행을 생각하면 동정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국가 최고의 수사기관이 이래선 안 된다. 후임 총장에겐 아무래도 ‘나를 따르라’는 선봉대 스타일보다 상처받은 영혼을 다독일 수 있는 ‘맏형 리더십’이 요구된다. 자기희생도 필수조건이다. 결과론적이지만 채 전 총장 같은 특수통 출신의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는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혼자 먹이를 찾는 호랑이(특수통)보다는 조직적으로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사자(공안통)의 습성이 필요한 시기”라는 전직 검찰 고위 간부의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청와대나 권력층과의 관계를 갈등구조로 내몰지 않으면서도 상처 투성이가 된 검찰 조직원들의 명예를 되살려줄 사람,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명분으로 청와대와 대립각을 내세우려 하기보다는 사막에서 살아남는 여우의 지혜를 갖춘 인사라야 할 거다. 이미 퇴직한 두세 명의 전직 검찰 간부가 하마평에 오르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Z 변수는
X와 Y의 적절히 조화 여부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종속변수가 Z이다. 두 변수가 어떻게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느냐에 따라 Z의 값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채 전 총장(연수원 14기)보다 기수가 높은 인사를 차기 총장 자리에 앉히려 할 경우 국민은 반발할 것이다. “검찰을 틀어쥐려고 채 전 총장을 몰아냈다”는 부정적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은 이미 최소한 변호사 생활을 1~2년 이상 해온 사람들이어서 고액 수입 논란 속에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로 인해 검찰 조직은 또 한번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 차기 총장 후보의 범위가 상당히 좁혀진다. 문제는 ‘차기 총장 후보자들의 출신 지역을 고려할 것인가’다. 벌써부터 법조계 일각에선 특정 지역 배제론이 퍼지고 있다. 이 또한 Z의 값을 낮추는 요소다. 후임 총장 후보군을 뽑기 위해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추천위원회가 아무쪼록 정권과 검찰·국민의 만족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 주기를 기대한다.

박재현 사회 에디터 abn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