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개념·지방 … 3C를 잡아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최근 기업 매출을 지탱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중국 소비자, 컨셉트형 제품, 지방 매출이 그것이다.
영어 머리글자를 따서 3C(China·Concept·Country)라고도 부른다. 요즘 기업들마다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3C를
잡기 위한 노력이 필사적이다. 중국 소비자와 지방 고객으로 판로를 다변화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기존 제품에 새로운 컨셉트를 입혀 포장한 신상품도 많아지고 있다.

中 소비자를 잡아라
국내 유통업체 사이에선 중국의 주요 휴일이 대목으로 여겨진다. 이달 1일부터 7일까지인 중국 국경절 연휴도 마찬가지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물론 백화점들도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268%나 늘었다.

중국인 고객의 영향력은 그동안 내수 업종으로만 여겨져 온 대형마트 업계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제는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가 된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대표적이다. 이 점포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매장 곳곳에 중국어로 된 안내 푯말과 제품 설명을 비치해 놓고 있다. 대형마트를 찾는 중국 관광객 수는 일본인을 제친 지 오래다. 롯데마트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역점의 외국인 매출을 분석한 결과 중국인 관광객 매출은 1년 전보다 56.6% 늘어난 반면, 일본인 관광객 매출은 30.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매출 중 중국인 구성비는 2011년 17.4%에서 올 들어 지난달까지 41.8%로 급증했다. 이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지역 매장들은 지난 7월부터 석 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1% 올랐다. 같은 기간 수도권 매장 매출이 1.8% 빠진 것과 대비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마다 중국인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인 소비자가 중국 신용카드인 은련카드로 10만원 이상 상품을 사면 5000원을 자동 할인해 준다. 공항 곳곳에도 이마트 안내 전단을 비치해 놨다. 롯데마트는 올해 말까지 김과 과자처럼 중국인이 즐겨 찾는 상품 아홉 가지를 모아 최대 30%까지 할인해 팔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중국 시장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 소비자 마음 잡기에 한창이다. 우선 올해 말까지 현대차 860개(지난해 말 800개), 기아차는 670개(564개)로 딜러망을 각각 늘릴 계획이다. 그간 약점으로 꼽혔던 서부 내륙 지역의 딜러망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소비자를 더 세밀하게 나누고, 접근 방식도 더 체계화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까지 중국 차 시장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를 9단계로 나눠 오던 것을 올해부터는 25단계로 확대했다. 소득 수준이나 차량 가격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 판매 차종을 세밀하게 나눈 뒤 해당 소비자층에 최적화된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다.

잘 잡은 ‘컨셉트’ 하나, 열 신제품 안 부러워

한국맥도날드는 올해 한국 진출 25주년을 기념해 복고 컨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펼쳤다. 한국에 맥도날드가 처음 진출했던 1988년을 기념해 매장 곳곳에 LP판과 전기기타 모양의 배너들을 전시하고, 80년대 인기가수인 소방차와 이상은 등의 노래를 틀었다. 매장 내에 라디오 방송 부스를 설치하고 노홍철·울라라세션 같은 유명 연예인을 DJ로 초빙해 신청곡과 사연을 받았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 본사 창립(1955년)을 기념해 내놓은 ‘1955버거’(가격 5300원)는 출시 한 달 반 만인 지난달 말까지 200만 개가, 한국 시장 진출을 기념한 ‘1988버거’(가격 4200원)는 120만 개가 각각 팔려나갔다. 이런 컨셉트 마케팅은 해외로 수출되기까지 했다. 1984년 맥도날드가 진출한 대만도 이달 말부터 한국과 비슷한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매일유업의 프리미엄 컵 커피 브랜드 ‘바리스타’는 컵 커피(RTD) 제품임에도 ‘매장에서 직접 먹는 고급스러운 커피’란 컨셉트로 재미를 본 경우다. 전 세계 생산량의 1% 밖에 안 되는 희귀 원산지의 프리미엄 원두(과테말라 안티구아 SHB)와 ‘맞춤 로스팅’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한 덕에 2011년 출시된 이래 현재까지 45%를 넘나드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최근엔 기존 플라스틱 포장 제품 외에 유리병 포장 제품까지 선보였다. 매일유업 측은 “프리미엄 컵 커피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병 커피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LG유플러스의 인터넷 집 전화 서비스인 홈보이는 ‘올 인 원(all in one)’이라는 컨셉트를 특징으로 내세웠다. 인터넷 전화기에 TV수신, 오디오 기능은 물론 e북을 내장해 어린이용 학습 기능까지 더했다.

제품 출시 이후 고객들의 반응은 LG유플러스 측도 놀랄 정도였다. 지난 8월 말 출시한 뒤 신규 가입자가 몰리면서 이달 10일 현재 1만3700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들였다. 기존 인터넷 전화 상품 가입 속도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폴크스바겐코리아의 2000만원대 소형 수입차인 폴로는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운전하는 재미)’가 모토다. 2000만원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다 뛰어난 성능, 운전하는 재미를 앞세운 덕에 20·30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제품이 출시된 지난 4월 말 이후 8월 말까지 넉 달 사이에 총 974대나 팔려나갔다. 이는 지난해 2000만원대 소형 수입차 전체 판매 대수(2696대)의 36%에 달한다.
 
수도권 주춤한 사이 지방 매출 약진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올 들어 9월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8%나 올랐다. 전국에 있는 이 회사 13개 매장의 평균 매출 신장률은 5% 수준. 지방이지만 루이뷔통과 샤넬, 에르메스 같은 초고가 명품 브랜드 매장을 갖춘 것이 대구점의 강점이다. 이 회사 하지성(38) 차장은 “수도권은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고 전세금이 오르면서 가구당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대신 지방은 이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불경기라곤 하지만 몇몇 지방에서의 견조한 소비세가 기업들을 떠받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현대백화점뿐이 아니다. 신세계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석 달 동안 지방점 매출 신장률은 5.4%로 수도권 점포(3.6%)를 앞질렀다.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도 지방 판매량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압도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판매된 수입차 6만2239대 중 서울에서 판매된 차는 20.5%(1만2767대)에 그쳤다.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 10대 중 8대가 지방 도로 위에서 씽씽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2003년엔 전체 판매량(1만9481대) 중 절반이 넘는 1만618대(54%)가 서울 몫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반면에 부산은 지난해 4.6%에서 8.4%로 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전체 수입차 판매 대수의 0.2%에 그쳤던 제주 지역 역시 올 상반기에는 3.2%로 판매 비중이 큰 폭으로 뛰었다.

중앙선데이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