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분오열 파키스탄 언론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동·서「파키스탄」의 정치분쟁으로 한창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파키스탄」에서 이번에는 언어분쟁으로 폭력사태가 야기돼 또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서「파키스탄」으로 분리돼 있는 이 나라 동부는 「벵골」어, 서부는「우르두」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데 최근에 벌어진 사태는 서부「파키스탄」에서 다수민족인「신든족」이 그들의 언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주장한데서 발단됐다.
서부「파키스탄」은 대체로 그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푼잡」·「신드」·「발루치스탄」·북서부개척 지방 등 4개 지역으로 크게 나누어지고 있다. 이 4개지역중「신드」족이 많이 살고 있는「신드」성의 중등교육위원회가 지난 월말에 앞으로 이 지방의 공용어는 「신드」어로 할 것을 결정하자, 비「신드」족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남으로써 분쟁은 폭력으로 번지게 됐다.
이들 비「신드」족들은 당국의 결정에 반대, 지난주에는「신드」대학교를 방화하여「신드」어로 된 귀중한 문헌과 원고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이에 격분한「신드」학생들도「우르두」어로 간행되는 일부 신문사와 대학에 불을 질러 철저한 보복을 단행하자 사태는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확대되어가기만 했다.
양편 폭도들은 쌍방이 거리에서 유혈극을 벌이는가 하면, 가게의 상점이나「모터·사이클」의 번호판까지 자기편의 언어로 고칠 것을 요구함으로써 더욱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데 이때문에 일부학교는 폐쇄되고, 경찰은 곳곳에서「데모」군중과 격돌을 벌이고 있다. 「파키스탄」인민당의 지도자이며 「신은민족」「알리·부토」전 외상도 지난주에 있었던 「신드」대학의 화재현장을 답사하고 잿더미로 화한「신드」문화의 소멸을 개탄했는데 모든 정당지도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하고는 있으면서도 워낙 고질적인 문제라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있다.
주민의 60%이상을 차지하고있는「신드」지방에서「신드」민족은 모든 정치권력·상업권에서 소외당하고 소수민족인「뱅골」인과 피난민들이 모든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 지방의 비옥한 도시는 모두 이들에게 점령당하고 「신드」족들은 빈한한 농민으로 천대를 받고 있는 실정.
따라서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언어분쟁은 경제문제·정치권력의 개방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쌍방간의 분쟁은 더욱 가열화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외지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