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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발재산의 증권보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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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7일 서울민사지법 제14부는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징발보상에 있어 증권으로 보상하고, 10년 균등상환하게 하고 있는 것은 국방부의 내규에 불과하며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18일 국방부는 이 같은 판결이 아무리 법률적으로 타당하다 할지라도 국가재정에 위협을 가져올 것이라고 하여 집행에 난색을 포명했다 한다. 법무부는 따라서 시간을 끌기 위하여서도 고법에 항소할 것이 예상된다.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70년1월1일에 공포 시행된 것으로, 이 법의 목적은 『징발된 재산을 71년12월31일까지 매수·보상 및 징발해제를 하기위해』, 징발재산의, 매수대금 또는 징발보상금은 이를 징발보상 증권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징발증권은 1년간 거치후 10년간 균등 분할상환하며 상환금에 대한 이율은 연5푼으로 하도록 하고있다.
또 70년12월31일에 개정 시행된 동법 개정법률은 징발보상금 지급위주에 전치주의를 규정하고 보상예구의 기준도 과세표준액에 의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서울민사지법 제14부는 지난 2월26일『이 보상청구 기준은 헌법 20조3항의 정당한 보상에 위배된다』하여 이 법이 위법임을 판시한 바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지법 판결은 이러한 소송 전치주의와 세권 보상규정이 국방부 내규에 불과하다고 다시 판시함으로써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법은 국가배상법과 같이 많은 조항을 실효케 할 처지로 몰아 넣었다고 하겠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이 두 판결은 제1심인 지법의 판결이요,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기에 법무부가 불복 항소할지도 모르나,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이미 대법원은 확정판례를 남긴바있고, 또 전기한 지법의 판결들도 대법원의 판결에 의한 것이기에 그대로 유지될 공산은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작년에 국가배상법 제3조의 배상액의 기준은 합헌이나 배상심의위원회의 내규로서 배상심의위원회만 구속할 뿐, 법관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었던 것이다. 이 판결은 위헌은 아니라고 하면서 사실상 효력을 상실케 한 점에서 찬반양론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는 사권보상에 관한 이번 지법 판결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합헌이기는 하나 국방부의 징발보상심의위원회만을 구속할뿐, 법관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묘한 여운을 던지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 판결은 원고의 청구가 국방부 당국자도 인정하듯이 법률적으로는 타당성이 있으나 다만 실제 문제로서 올해만 해도 82억원의 보상금이 현금으로 지급되어야하는데 이를 위한 국방부 예산은 3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 는 것이라 할 것이다.
국방부에 의하면 현재 6백99건의 보상금청구소송이 제기돼 있는데 앞으로도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4백억원 정도의 보상금이 지급되어야 할 것이라 한다.
실상, 6·25와 같은 국가수난의 위기에 처해서 많은 사유재산이 징발당한 것은 만부득이한 것이었다고 하겠으며, 그때만해도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국민은 별로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과 사유재산의 보호가 국가의 지상명령이자「레존·데를」(존재이유)로 돼있는 민주국가에서 피징발재산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자각이나 요구가 요구한 것은 휴전후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의 안정을 되찾은 뒤부터의 일이었던 만큼, 사실은 그때 이미 시한적 특례법으로 6·25전란의 와중에서 징발한 재산에 대한 보상문제에 매듭짓고 넘어갔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와서는 어쨋든 이미 침해된 국민재산권에 대한 국가의「정당한 보상」은 법적당위임에 틀림이 없으나 다만 정부의 재정형편상 이와 같은 일시불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도또한 엄연한 현실이므로 본조은 이미 누차에 걸쳐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 시가대로 보상하되 증권으로 상환하며 이 증권은 정기예금과 같은 연25%정도의 이자를 지급하여 균등상환케 하도록 권고한바 있음을 상기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조속히 국가의 재정난도 타개하면서 동시에 국민의 재산권 보장도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입법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매듭을 지어야 할 것이요, 국유지와의 환지 등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데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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