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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③2만5천 교민의 애환 좌담회|현장취재…70만 교포 성공과 실패의 자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주)「로스앤젤레스」시를 비롯한「캘리포니아」주 일대에는 전 재미 한국인 5만 여명의 절반이나 되는 2만5천여 명이 집중돼 있다.
특히「로스앤젤레스」시는 일본의「오오사까」(대판) 다음으로 한국교포가 많이 모여 사는 도시가 되어 거리에는 한국식당만도 24개소나 되고 김치·고춧가루에서 젓갈에 이르기까지 한국식료품을 파는 가게만도 8군데나 된다.
유학생들 사이에도 국내의 대학출신별·고교출신별 등으로 동창회가 조직돼있어 유기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내의 교포생활과 유학생들의 생활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주요 대학별인사를 초청, 현지 좌담회를 열어봤다.
참석자들은 모두 출신대학의「로스앤젤레스」동창회장 또는 부회장들이다.
사회=바쁘신 시간에 틈을 내주시어 감사합니다. 이 곳 영사관의 비공식 집계에 의하면 이곳에는 우리교포가 2만5천여명 이나 된다고 하는데 그 분포와 입국성분은 어떠한 지요?
최=5년 전 만해도 거리에서 한국사람을 만나면 서로 반가와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으나 지금은 그 수효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랍니다. 비공식 추계로는 작년 말 현재 영주권 및 장기 체류증을 소유한 한국인이 6천여명, 여권의 사증연장신청자가 1천여명, 시민권 소유자가 4천여명, 입양 및 국제 결혼 시민이 8백여명, 기타 미성년·어린이 등을 합치면 2만5천여명에 이르고 있다고 볼 수 있읍니다.
조=얼마 전 이곳에서 발행되는 한 신문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어요·
이것을 보면 「로스앤젤레스」시 당국이 초·중교 학생 수를 인종 및 종족 별로 조사한 결과「스페인」계 이외에 비 백인 계로는 중국 ·일본 ·한국 등의 순서로 증가되어 전체학생의 50%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소수파(외국인)가 다수파(본토인)를 누르고 있다는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사회=그 가운데 유학생수는?
장=모두 3백42명입니다.
사회=우리 나라 사람들의 미국 이주가 그렇게 많이는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시는지?
최=제일 큰 이유는 65년10월에 개정된 미국 이민법 때문이지요. 종래의 각국별 이주「코터」제가 철폐되고『우선 순위』에 따라 이민을 받아들이도록 폭이 넓어 졌어요. 이외에도 서독에서 귀국하지 않고 이곳으로 오는 광부, 간호원들과 「브라질」이민, 월남노동자들이 많이 유입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회=아까 말씀하신『우선 순위』라는 것은?
진=『우선 순위』이민은 첫 째 미국시민의 21세 이상의 미혼자녀, 둘째 영주권자의 배우자 및 미혼의 자녀 ,세째 미국의 경제· 문화· 과학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전문 지식 소유자 , 네째 미국 시민의 기혼 자녀 ,다섯째 미국 시민의 형제 자녀 ,여섯째 미국의 노동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일곱째 공산 국가로부터의 망명자와 천재지변에 의한 이재민, 여덟째 이 밖의 적격자 등으로 나눠져 있읍니다.
사회=이곳 우리 교포들의 생활은?
김=이미 이곳에 온지 10년 이상이 되신 분들은 모두 생활이 안정됐다고 봅니다. 교포 중 몇몇은 백만장자라는 소문까지 날 정도지요. 그러나 최근 몇 해 사이에 온 몇몇 사람들은 직업이 없어 상당히 고통을 받고있는 실정입니다.
진=아시다시피 미국의 불경기는 심각합니다. 그래서 시간당 1「달러」65「센트」 (약5백50원) 짜리 최저 임금의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들어요. 한국의 어느 지방에서 존경받고 지내오던 목사님이 이곳에 와서 주당 98「달러」(약3만원)를 받고 일하는 것을 보았어요. 한 대 경기를 만난 한국 가발 판매도 요즘은 한물 가버려 한국인 실직자가 늘고 있읍니다.
사회=그럼 유학생들이「파트· 타임」직업을 얻기는 더욱 힘들겠군요·
김인=물론이죠 ·학생들처럼 영주권이 없는 신분의 유학생은 원칙적으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습니다. 만일 일한다는 것이 이민당국에 들키게되면 쫓겨나게 됩니다.
장=미국 생활이 고국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 상상외로 어렵습니다.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덮어놓고 외국에 나가기만 하면 잘 살수 있다는 사고 방식은 고쳐야 합니다.
고국 정부에서도 이민「붐」조성과 아울러 재외 교포들의 귀국을 권장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될 거예요. 귀국해야 일자리 하나 제대로 못 잡는다면 누가 돌아가려고 하겠읍니까?
최=좋은 말씀입니다. 그래서 미국에는 현재 각계 50여명으로 구성된 재미 한국인 과학기술경영인협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기술도입을 하려는 경우 협회를 통해 주면 전문직 종사자파견은 물론소개를 직접 해 주고 있는데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아 활용되지 못하고 있읍니다.
사회=그 밖의 유학생 사정은?
김인=무엇보다도 어학실력의 양성이 시급합니다. 『그저 미국에 가면 되겠지』하고 생각 하기 쉽지만 이곳에 와서 한 학기 8백「달러」이상씩이나 내고 어학공부를 하고 시간을 버린다는 것은 굉장한 손해지요.
김=적성을 먼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한 학생이 이곳에 와서 「엔지니어·코스」를 밟는 사람도 있어요.
조=그리고 유학을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장학금을 완전히 얻어 오는 것이 공부도 잘 할 수 있고 고생도 덜합니다. 일하면서 공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사회=여러 가지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한국의 학생들에게 유익한 조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알림)
본보「세계의 한국인」「시리즈」「페스탈로치」촌에 관한 기사를 보고「페스탈로치」촌의 한국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이들 어린이들의 주소를 알고자하는 분들을 위해 다음과 같이 주소를 알려드립니다.
Arirang House, Pestalozzi Villade, 9043 Trogen, Switz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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