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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금 대외 조달의 새 활로|전환 사채 (상) 성격과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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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차관」에서 「투자」로 선회해온 기업의 대외 자금 조달 「루트」에 「전환 사채」를 발행, 외국 투자가에게 인수시키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 각광을 받고 있다. 외자 도입 사에 또 하나의 이정을 획 할 대외 전환 사채 발행을 에워싼 최근의 움직임과 그 배경을 추적해 보면―. <편집자 주>
지난해에 OB맥주계의 한국 병유리 (대표 박우병)와 한국 유리 (대표 최태섭)가 전량 외국 투자가에게 인수시킬 목적으로 각각 96만4천불과 75만불 상당액의 전환 사채를 발행키로 결정, 12월 하순의 외자 도입 심위 승인을 얻은데 이어 지난주에는 경인 「에너지」 (대표 김종희)가 8백20만불 어치의 전환 사채 발행을 인가 받음으로써 두 차례에 걸쳐 정부의 승인을 얻은 전환 사채 발행액이 벌써 3건, 9백91만4천불에 달하고 있다.
전환 사채란 발행 회사와 인수자 쌍방이 합의, 약정한 일정 기간 경과 후 주식 투자로 전환 가능한 (convertible) 채권 (bond)이며 그것이 실현되기까지 발행 회사는 매년 소정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이 방식은 차관과 투자의 혼합 형태인 셈이며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차관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면 혹은 투자라고 할 수도 있다. 즉 장차 주식 투자화 하리라는 점에서는 투자에 해당하지만 매년 이율를 지불하면서 일정 기간 경과 후에 상환할 수 있는 점에서는 차관과 다름이 없다.
다만 보통 차관과 다른 것은 정부나 은행의 지불 보증이 필요 없고 따라서 원리금 상환 책임이 전적으로 발행 회사측에 있는 점이며, 또 투자와 다른 것은 당장에 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주 비율이나 운영상에 변동을 가져오지 않는 점인데 경제 기획원은 이를 투자의 일부로 간주, 외자 도입 법 제6조 규정에 의해 일반 외국인 직·합작 투자와 함께 다루고 있다.
그러나 전환 사채의 발행 동기는 외자 조달이란 점에서 차관이나 투자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상업 차관이 IMF와의 협의에 의거 엄격한 한도제에 묶여 있는데다 정부가 민간 기업의 내자 조달용 현금 차관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고 결국 합작 증자를 통한 외국인 투자 유치 방법이 남아 있지만 회사 자체로서는 외국인 투자에 대응하는 증자 자금이 없기 때문에 전환 사채 발행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일 뿐이다.
한국 병 유리와 한국 유리 경인「에너지」등 3사의 전환 사채 발행 내용은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먼저 한국 병 유리의 경우를 보면 96만4천불 (3억원)의 사채를 연리 10% 조건으로「아시아」 민간 투자 회사 (PICA) 20%, 일본의 삼릉 상사 및 동양 「가라스」각 40%의 비율로 인수했는데 10년 후에는 주식으로 전환, 지주 비율 50대50의 공동 운영 회사가 되게 하도록 약정돼 있다.
현재 한국 병 유리의 자본금은 3억원이며, 이것을 동양 맥주 94%, 농개공 6%의 비율로 출자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1백% 한국 측 소유인데 전기한 10년 후의 50대50 조건에 따라 한국 병 유리는 앞으로 10년간 증자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또한 한국 유리는 일본 판초자의 1백83만9천불 합작 투자와 동시에 PICA에서 투자 50만불, 전환 사채로 75만불 등 1백25만불을 조달했다. 사채 발행 조건은 연리 10%, 1년 거치 후 6년 상환으로 한국 병 유리와 별 차이가 없으나 PICA가 원할 경우에 한해 주식으로 전환해주기로 한 점이 다르다.
한편 경인 「에너지」의 경우는 4년 반 거치 후 11년 상환에 연리가 「프라임·레이트」「플러스」 1% 조건으로 8백20만불을 「리히텐슈타인」국의 「유노코」 (UNOCO)에 인수시키기로 돼 있어 외형상 한국 유리 「케이스」와 비슷하지만 15년 후에는 한국 측이 같은 금액을 투자, 자본금을 지금의 1천만불에서 2천6백40만불 규모로 확대하고 동시에 현 지주 비율 50대50을 계속 유지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히텐슈타인」국의 「유노코」는 한국 화약과 함께 대단위 화력 발전소 및 제3정유를 건설중인 미 「유니언·오일」이 자본 수출에 따르는 제약을 피해 제삼국에 설립한 회사로서 작년 5월의 정유 공장 차관 2천8백만불, 그리고 이번 전환 사채 인수와 동시에 공여 한 추가 차관 1친5백80만불 등이 모두 이 회사를 창구로 투자 된 것이다.
「유노코」는 국적을 제삼국에 두고 있는 점에서 우리 나라에 특히 현금 차관 분야에서 깊숙이 진출해 있는 유대계의 「파나마」 UDI나 「유니버설·서플라이」와 같으며 역시 본사를 「파나마」에, 활동 본부는 동경에 두고 있는 PICA와도 유사하다.
이 가운데 PICA는 한국 병 유리와 한국 유리 양 사의 전환 사채를 동시에 인수하여 특히 최근에 와서 일반의 관심을 돋구고 있는데 미·일·「캐나다」·호주·「뉴질랜드」등 태평양 연안 5개 선진국의 민간 실업인들로 구성된 태평양 경제위의 금융 투자 부문 협력 기구로서 69년5월에 발촉 한 것이다.
수권 자본금 4천만불 중 불입 자본금 1천6백80만불을 ①미국「그룹」(BOA, GMC, NWA, RCA, 「스탠더드·오일」등 28개 사) ②일본 「그룹」(동경, 부사, 신시, 삼정, 삼릉 은행과 이등충, 구홍반전, 일립 등 56개 사) ③구주·호주·「캐나다」「그룹」(「덴마크」·서독·불·이·화·영·「스웨덴」·「스위스」등 l0개국 28개 사) 이 각 3분의1씩을 출자, 독일인사장인 「라베슈타인」씨를 포함, 각 「그룹」이 7명씩 선임한 22명의 이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ADB나 세계 은행 등의 국제 금융 기구와 다른 점은 차관 보다 주식 투자에 중점을 두고있으며 따라서 「하트·머니」 공급 「채늘」로서의 색채가 짙은 점이다. 특히 50% 이상의 주식 취득을 불허, 경영 참여를 배제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변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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