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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통령 부인은 초대 주한 대사 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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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대통령이 1970년대 후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던 시절 워보니 초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의 부인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워보니 대사의 딸은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부인이다. [사진 국가기록원]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 중인 인도네시아는 올해로 우리나라와 수교 40주년을 맞았다. 1973년 9월 국교를 맺은 이후 경제적으로는 한국의 8위 교역국이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선 한 계단 위인 7위 교역국이 한국이다.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앞서 ‘부녀 대통령’을 탄생시킨 나라다. 아크멧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맏딸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은 2001년 압두라만 와히드 전 대통령이 부패와 실정으로 탄핵되면서 권좌에 올랐다. 2004년까지 집권한 메가와티 전 대통령은 30여 년간 독재를 한 수하르토 정권하에서 학생운동과 야당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정치력을 키운 인물이다.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부친,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광이 주요 지지기반이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는 다르면서도 닮은꼴이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현 대통령의 부인 아니 밤방 유도요노(61) 여사 역시 한국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워보니 초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다. 한국 국가기록원에는 워보니 대사의 부인(아니 여사의 어머니)과 1970년대 후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 대통령이 환담을 나누고 있는 사진이 보존돼 있다.

 유도요노 대통령 인터넷 홈페이지의 아니 여사 소개란에는 의사가 꿈이었던 아니 여사가 의대에 입학했지만 아버지가 한국 대사로 가는 바람에 3년 만에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함께 갔다는 내용이 있다. 영어를 잘하고 한국어도 할 줄 안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아버지로 인해 학업을 중도 포기해야 했지만 자신의 소개란에 적을 정도로 한국을 남다르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8년 2차 오일쇼크(석유파동)가 덮치자 인도네시아에서 산림개발로 크게 성공한 최계월 코데코(남방개발) 회장에게 1979년 1월 해외 유전개발에 나서달라는 부탁을 했다.

당시 메이저 석유회사의 각축장이었던 인도네시아에서 유전개발 성공을 자신할 수 없었던 최 회장은 망설였지만 박 전 대통령은 “나를 믿고 나서 주시오. 우리 힘으로 유전개발을 한 번 해봅시다”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열 달 뒤 박 전 대통령은 서거했지만 이때의 결정은 1984년 8월 인도네시아 마두라 유전에서 퍼올린 원유가 여수항에 입항하는 단초가 됐다. 이는 한국이 직접 생산한 최초의 석유였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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