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머리 맞댄 부교재 잇단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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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과 일본의 역사 교사.학자와 시민단체가 손을 잡고 함께 만든 역사책 4종이 잇따라 출간된다. 4월.5월.8월에 1종씩 선을 보이고, 내년 중순께 1종이 더 나온다. 각각 자기 나라에서 동시에 펴내 중.고교용 부(副)교재로 활용할 예정. 일본의 우익단체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역사 왜곡 파문이 불거진 2001년 이후 4년간 준비해 온 작업의 결실들이다.

다음 달 한길사와 아카시서점에서 동시 출판될 '공동 부교재'는 '조선통신사-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침략에서 우호로'다. 한국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와 일본의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 소속 현직 역사교사들이 함께 만들었다. 두 단체는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옛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한일 역사 공통인식 만들기'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어 의견 차이를 조율, 최종 원고를 마련했다.

대구시와 히로시마현이 자매결연 도시라는 점을 활용해 2001년 한국측이 교류를 제안하면서 이뤄진 이 모임에선 당초 근현대사 부교재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대한 미묘한 견해차를 당장 좁히기 힘들었기 때문에 토론 끝에 한.일 간 전쟁과 평화가 교차했던 임진왜란 직후의 조선통신사 교류를 주제로 선정했다. 평화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시각을 조금씩 좁혀가자는 취지다.

5월에 출간될 '내일을 위한 역사'는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시민단체.학계가 함께 작업했다. 3국의 근현대사를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니라 동아시아 차원에서 조망한다. 한국의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와 일본의 '역사교육아시아네트워크재팬'등 시민단체 소속 역사 학자.교사, 그리고 중국의 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소속 학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공동 부교재를 펴내기 위해 지난 3년간 각국을 돌며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을 열었다. 2002년 중국 난징, 2003년 일본 도쿄를 거쳐 2004년엔 서울에서 포럼을 열었고, 내년엔 다시 중국 베이징에서 연다.

8월엔 한국의 서울시립대와 일본 가쿠게이(學藝)대의 역사학자들이 만든 '교과서연구회'에서 책을 펴낸다. 한일 관계사를 고대부터 근대까지 두루 조명한다. 제목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의 최대 역사교사모임이 주축이 된 '한.일 역사교육교류회'가 내년 중순 펴낼 공동 부교재는 현재 전체 분량의 절반 가량이 진행된 상황이다. 한국의 전국역사교사모임과 일본의 역사교육자협의회가 참여했다. 한국의 근대화 이전인 개항기까지의 한.일 관계사를 다룰 예정.

'한.일 역사교육교류회' 박중현(중경고 교사) 회장은 "양국의 역사 교사들이 중심이 돼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자기 나라 입장에서 서술되는 교과서를 보완하기 위한 부교재에는 상대 국가와 개개인의 삶을 이해하는 관점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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