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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근로 조건 개선의 계기를 25회 노동절에 본 근로자 실태와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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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0일은 25회째 맞는 노동절-. 3백만 노동자들의 유일한 명절날이다. 노동자들은 63년4월17일 제정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이날 하루를 유급 휴일로 즐긴다. 한국 노총은 이날 서울 시민 회관에서 성대한 기념식을 갖고 올해 안으로 1백만 노조원 확보와 올 들어 노총이 주장하고 있는 노총의 정치 참여를 다짐하고 노동자의 권익 옹호를 위해 매진할 것을 결의할 예정이다. 노동자들이 근로 기준법의 규정에 따른 좋은 환경과 높은 임금 속에서 작업한다는 것은 그만큼 작업 능률을 높여주어 전체 사회의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우리 나라의 여건은 근로자들의 작업 의욕을 돋울 수 없는 형편이다. 노동절을 맞아 현재 노동자들의 실태를 살펴본다.
우리 나라의 임금 노동자는 약 3백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노총 산하 16개 산별노조에 가입돼 있는 이른바 조직 노동자는 약 50만 명.
노총은 올해 안으로 전체 노동자의 3분의1인 1백만 명을 노조에 가입시켜 노총의 세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노동자들은 근로 기준법이 적용되는 16인 이상 고용 업체보다 16인 이하의 영세 업체에 훨씬 많이 종사하고 있다.
이들의 취업 상태는 16인 이상을 고용하는 9천6백18개 업소에 약 1백만 명이, 16인 이하의 영세 사업장 1만5천여개 업체에 약 2백만 명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년 말 집계)
대기업체일수록 경영의 합리화로 인한 사업장 관리가 잘 돼 있고 임금 등도 비교적 좋은 점에 비추어 보면 우리 나라의 대부분 근로자들은 취업 분포 자체에서 이미 근로 기준법의 혜택을 못 받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안전 보건 위반 31%|연소자 혹사는 10%>
노동청이 지난해 16인 이상을 고용하는 전국 9천6백18개소 작업장의 노동자 중 40여만명에 건강 진단을 실시한 결과에 의하면 8·7%인 5만3백94명이 각종 질병에 걸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중 6백91명이 직업병에 걸려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근로 기준법 적용 밖에 있는 16인 이하 업체의 노동자를 합치면 노동자의 엄청난 숫자가 질병에 걸려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이 같은 질병과 직결되는 것이 근로 조건이지만 많은 기업주들은 수지 타산에 만 치우쳐 제대로 법에 정한 근로 조건을 지키지 않고 있다.
노동청이 작년 한햇 동안 전국 2천5백56개소의 사업체를 대상으로 근로 조건을 조사한 결과 제대로 근로 기준법을 지킨 업체는 불과 2%인 54개뿐이고, 98%가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소의 위반 건수 1만5천6백4건의 내용은 안전 보건 위반이 31%, 근로 시간 위반이 10%, 연소자 혹사가 10% 등이다.
특히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 6대 도시의 시장 상가에 종사하는 견습공의 근로 조건은 가장 나쁘다. 임금의 경우 서울은 월 평균 3천3백원, 부산 2천8백원 등이고 대구·대전·광주 등에는 1천원씩 지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휴일도 없이 하루 12시간이나 일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총은 노동자의 생계비를 5인 가족의 경우 월3만3천9백48원으로 산출, 대부분의 노동자가 적자 생활을 하고 있다고 중간 소득 층(5만원) 이하의 세율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상공회의소가 서울 시내 5백5개 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9월 한달 동안 가계 표본 조사를 실시한 결과 66%가 적자 생계를 하고 있으며 겨우 7.5%가 흑자 가계로 나타났다.

<기업주 측과 분규로 실직 위협받는 수도>
이들 가구의 월 평균 소득액은 4만4천85원이며 지출은 4만6천4백47원으로 월2천3백62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노동자들은 사업장의 이 같은 환경 외에 기업주 측과의 분규로 많은 종업원이 실직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특히 주한 미군 부대 종업원들은 심한 감원 선풍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 중에도 감원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은 주한 미군 부대 종업원들이다. 미군 측은 주한미군 감축에 따라 오는 6월말까지 한국인 종업원 5만 여명 중 약 46%를 감원키로 방침을 세우고 2월말 현재 1천3백여명을 이미 감원했다. 외기 노조 측은 노사 협의를 통해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으나 미군 측은 감원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노총이 대기업주 등 관계에 권익 옹호 방안으로 내건 것이 노총의 정치 참여와 1백만 노조원 확보이다.
모든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 압력 단체의 힘을 배경으로 할 때 기업주와 대등한 실력으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노총이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할 인물을 정계에 보내고 노총이 압력 단체로서 위치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총의 이 같은 목적 달성을 위해 시급한 것은 자체 세력의 단합이다. 지난해 대의원 대회 때부터 벌어진 일부 산별노조의 집행부 불신 또는 주도권 쟁탈을 위한 파벌 조성 등이 해결되지 않은 한 노동자의 권익 옹호는 요원한 것이다. <현봉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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