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21세기 천연자원, 경영핵심 될 것"

버지니아 로메티

“빅데이터·클라우드·모바일·소셜 비즈니스 같은 네 가지 첨단 정보기술(IT)이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다.”

　세계 최대 컴퓨터 서비스업체 IBM을 이끌고 있는 IT ‘여제(女帝)’ 버지니아 로메티 최고경영자(CEO)가 기업 경영과 IT 전략의 조화를 화두로 던졌다. 빅데이터가 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꾸고, 모바일·소셜 비즈니스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클라우드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포춘’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50인’ 중 1위에 오른 로메티는 2011년 IBM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CEO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IBM 인터커넥트 2013’ 기조연설에서 “지금까지 기업들이 중요한 경영 판단을 할 때는 CEO의 경험이나 직관에 의존했지만 앞으로는 빅데이터 분석이 이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데이터란 기존 데이터베이스 관리 도구가 수집·저장·분석·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관련 정보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현재 IT업계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미 있는 특징이나 패턴을 추출하는 기술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예컨대 고객의 구매 습관을 분석한 뒤 구매 시기와 선호하는 상품 정보를 파악하고, 관련 제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로메티는 “빅데이터가 21세기의 천연자원이 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정형화하지 못한 80%의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하느냐가 앞으로 기업 경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대응할 새로운 시스템으로 클라우드를 제시했다. 클라우드란 인터넷상의 서버를 통해 데이터·네트워크·콘텐트 등 IT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언제든지 자료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저장기기 없이 어디서나 웬만한 일상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로메티는 “정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산업 간 융합을 상징하는 IT 통합관리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채널 등을 통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강조했다. IBM이 전 세계 주요 기업 4183명의 CEO·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설문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단순히 고객의 의견을 듣는 창구로만 활용하던 기업들이 이젠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채널을 주요 소통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응답은 지난해 16%에 불과했지만 올해 절반 이상(51%)으로 훌쩍 뛰었다.

　또 응답자의 43%는 새로운 사업전략을 짤 때 고객을 직·간접적으로 참여시키고 있으며, 90%는 고객과의 협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로메티는 “이런 고객과의 관계가 기업의 생산라인의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고객을 활성화시키고 믿음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앞으로 요구되는 CEO의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빅데이터·클라우드를 활용하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맞춤형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그가 내다보는 미래다.

로메티는 “지금은 지역이나 수입·연령 정도로 소비자층을 나눴지만, 이젠 소비자 개개인의 선호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평균적인 고객이 아닌 평균과 가장 떨어진 고객도 만족하는 ‘1대1 마케팅’이 가능해진다”고 전망했다.

손해용 기자

버지니아 로메티　 IBM에서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CEO에 올랐다. 8년 연속 ‘포춘’지 선정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50인’에 들었다. 특히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골프클럽인 오거스타 골프클럽의 첫 여성 회원이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거스타는 설립 이후부터 여성 회원을 두지 않는 전통을 지켜왔지만, 그가 최대 후원사인 IBM의 CEO가 되면서 관행을 깰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