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수퍼리치) 505명이 은행에 맡긴 돈이 10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국내 14개 예금은행의 프라이빗 뱅킹(PB) 고객(은행 간 중복 포함)은 2601만 명이며, 이들이 맡긴 예금·적금·펀드 액수는 153조5486억원이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PB 고객 수가 1643만 명(64.1%)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100억원 이상을 은행에 넣어둔 ‘수퍼리치’ 고객은 505명으로 전체의 0.002%였다. 하지만 이들이 예치한 돈은 총 10조1486억원으로 PB 고객 예치금 총액의 6.6%에 달했다. 1인당 평균 201억원이다. 수퍼리치들의 예금 총액은 2010년 8조2338억원에서 23.2% 늘어났다. 특히 산업은행의 수퍼리치 예금은 2010년 135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016억원으로 400% 이상 증가했다. 기업은행도 2010년 26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17억원으로 200% 이상 늘어났다. 두 국책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인 고객을 공략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편 주식시장 부진으로 PB 이용 고객들이 투자하고 있는 펀드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관련 펀드 수익률을 제출한 9개 은행 중 올해 상반기까지 수익을 낸 곳은 농협은행(1.39%)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1.19%)뿐이었다. 김 의원은 “수퍼리치의 증가세는 부의 양극화를 극명히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시중 잉여자금이 안전자산에만 머무르지 않고 생산·투자에 활용되도록 상품과 투자처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