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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예산의 독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법원은 사법부 예산 편성권의 독립을 위한 예산 회계법 개정안을 만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주장에 의하면 예산의 독립 없이는 사법부의 진정한 독립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법부의 예산을 ①직접 국회에 내는 방안과 ②행정부의 수정권을 부인하는 방안, 그리고 ③대법원장의 동의 없이는 삭감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법원 조직법 제13장은 법원의 경비를 규정하고 있는바 『①법원의 경비는 독립하여 국비예산에 계산하여야 한다 ②이 경비 중에는 예비비를 설치한다』는 것 등이 곧 그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법원 예산은 법원 행정처에서 작성하여 경제 기획원에 제출되고, 경제 기획원 장관은 이 예산 요구서에 따라 예산안을 편성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야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예산 회계법에 의하면 『국회·대법원 기타 따로 법률의 정하는 독립기관의 세출 예산 요구액을 감액할 때에는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장, 대법원장 기타 당해 기관의 장의 의견을 구하도록』되어있어 작년의 경우 법원은 26억원의 예산을 요구하였으나 68.11%인 17억7천5백만원 밖에 반영이 안되어 사법부 운영 계각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사법부 예산의 독립이 새삼 요청되고 있는 것도 이런 실정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70년도에는 1백28억원의 벌과금 등을 사법부에서 징수하였으나 사법부 예산은 그 14%인 17억7천5백만원밖에 계정 되지 않았던 것도 주목할만한 사설이라 할 것이다. 대법원의 예산이 편성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삭감을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하여 전기한바와 같이 예산 회계법 제22조에 특별 규정을 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 요구액이 사실상 이와 같이 많이 삭감되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하겠다.
예산 회계법 시행령도 독립 기관의 예산을 감액하는 경우에는 감액한 이유 및 예산안과 요구액과의 비교표, 기타 심의에 필요한 서류를 첨부하게 하고 있다. 우리가 알기에는 사법부 예산 요구액이 감액되는 이유는 법원 일반직 공무원과 행정부 일반직과의 봉급상의 균형 등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은 국회 사무처 직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므로 독립기관의 예산을 함부로 깎는 예산당국의 독주 행위는 이 기회에 근본적으로 반성해야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입법부와 사법부의 예산은 대통령에게 제출되기는 하나 무수정으로 국회에 회부되고 있다. 또 일본의 경우도 행정부 수반이 사법부의 예산안을 수정할 때에는 그 장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법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 모양이다. 따라서 우리 경우에도 법원이 직접 예산안을 국회에 내는 것보다는 일단 정부에 보내되 대통령이 무수정으로 국회에 제출하도록 예산 회계법을 고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회의 예산에 대해서는 행정부에서 요구액을 삭감하는 일이 별반 없는데 유독 사법부의 예산만을 일방적으로 감액 수정하는 것도 삼권 분립의 기본 정신에 비추어 재고돼야 할 일이라고 하겠다.
또 한편, 우리나라의 예산 편성에 있어서는 항상 전년도 예산에만 준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도 사법부의 예산 증가에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기계적인 예산 편성도 마땅히 지양되어야만할 것으로 생각한다.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를 유지하기 위하여서는, 물론 사법부예산의 완전 독립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하겠으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시기상조인 감도 불문하므로 사법부 예산에 대해서는 경제기획원이 먼저 가위질을 하지 않고, 감액해야 할 이유와 명세서 등을 첨부하여 국회에서 감액 수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사법부와 행정부는 공동 연구를 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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