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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했던 박민종씨 맞은 시향연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오랫동안 구미 여러 나라에서 활약하고 귀국한 박민종씨(경희대음대학장)를 객원으로 맞아 「시즌·오프닝·프로그램」인 제1백66회 정기연주회(2월26일 밤 서울시민회관)를 열어 「팬」들의 후한 갈채를 받았다.
실은 그의 「바이얼린」 독주회에의 은근한 기대와는 엇바뀐 듯한 인상을 주면서 잡은 「바통」이 크게 주목할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진지하고 지향성 짙은 음악적 인격은 높이 사고 싶다. 시기적으로 새로운 지휘자상이 갈구되고있는 요즘 교향악계에서 지휘대에 선다는 것은 적잖은 부담과 정신적 저항을 감수해야하는, 이를테면 심판대에 올려지는 것과 같다. 이 같은 외적 여건에서 악곡의 내적 요구에 마라 종·횡의 일치를 꾀한 해석과 명확한 「비트」로 신망을 얻었다는 것은 성공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리딩」에 집착했던 관계로 전체적인 「템포」가 처진 감을 준다거나 「돈」이 무거웠다는 것은 얼핏 그의 「컨덕터쉽」이나 「매너」가 정착하지 못한 느낌을 줄지 모르지만 귀국 후에 받은 신상사고로 인한 건강과 직접적인 원인이 있는 한편 귀국독주회를 부득이 다음 「시즌」으로 미룬 까닭도 기실 거기에 있지 않을까 평자는 생각한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서곡은 활력감을 발휘해서 신선했고, 나이에 비해 성숙한 자세와 기를 보인 서성숙양과의 협연으로 마련된 「베버」의 『피아노 소협주곡·F단조』는 무리하지 않아 안정감을 주었다. 그리고 「브람스」의 『교향곡 4번E단조』는 작곡자의 만년의 모습을 얘기하듯 드높고 심오한 예술적 경지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자기몰입을 실현시킨 지휘자의 역작이다. 김무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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