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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맞아 보호 지정되는 두고 온 민족의 유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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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근래 통일 논의가 활발히 전개됨과 때를 같이하여 문화공보부는 휴전선 이북에 있는 우리 민족의 귀중한 문화재에 더하여 처음으로 지정 조처를 한다. 문화재 관리국의 한 관계관은 1차적으로 북한 지역 소재의 유형 문화재 43점을 국보·보물 및 사적으로 지정키로 결정했다고 말하면서 『3월1일을 기하여 정식으로 그 명단을 발표, 공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제 때부터 문화재로 지정돼 오던 것을 작년에 해제한 이후 휴전선 이북 미수 복 지역에 있는 것에 대하여 다시 지정 조처하는 일은 전례 없던 처사로서 문화재 관계 학자들 사이에 비상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들 문화재에 대하여 지정하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은 69년부터이다. 그러나 8·15 해방과 특히 6·25 동란을 겪은 이후에 실재 여부가 확인될 수 없기 때문에 하나의 이상론일 뿐, 막상 지정하는데 이르러서는 주춤하고 있었다.
그런데 관리국은 지난해 봄 이 문제를 추진하기 위한 특별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특별한 기구를 통하여 실재가 확인된 것만을 이번 지정케 된 것이다.
정부가 북한 지역에 있는 문화재를 지정키 위해 구성한 특별 위원회에는 문화재 관리국을 비롯하여 이북 5도청과 정보 당국 및 사계 전문가 등이 광범하게 참가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한다.
65년 문화재 관리국의 발족과 동시에 문화재로 지정, 공포된 것은 남한 지역의 것에 한한다. 우리 손으로 직접 보호 조처를 취할 수 있는 범위의 것만을 취한 것이며, 그 밖의 북한 지역 것은 일단 정리해 버렸었다.
그 이전의 지정 문화재는 한반도 전역에 걸쳐 국보·고적·천연기념물 등 일제시대이래 지정된 것을 모두 포함하여 8백78점에 달했다. 그 중 유형 문화재에 속하는 국보는 남한에 4백93점, 북한에 62점으로 총 5백55점. 현재 사적이라 일컫는 고적은 남한에 1백22점, 북한에 42점으로 총 1백64점이다.
이번 지정에 있어 심사의 대상에 든 것은 우선 국보 62점과 고적 42점. 북한 지역에 있어 각 도별 분포는 다음과 같다.
◇국보
▲경기=12 ▲강원=6 ▲황해=15 ▲평남=18 ▲평북=6 ▲함남=5
◇고적
▲경기=1 ▲황해=10 ▲평남=16 ▲평북=7 ▲함남=6 ▲함북=2
◇고적 및 명승
▲평남=1
이 가운데 중요한 사료로서는 진흥왕 순수비로 황초령 것(함남 함주)과 마운령 것(함남이원)이 있으며 용강의 점선현비, 평양의 성벽 석각, 해주 백세청풍비 등이 지목된다.
건물로서는 평양 시내의 대동문 부벽루 숭인전 보통문을 비롯하여 의주 남문 통군정, 해주 대성전 부용당, 성천 동명관, 신천 명륜당, 안주 백상루, 안변 가학루 및 심원사 성불사 장안사 역왕사 구섭사 등에 수백년을 헤아리는 오래된 건물들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찰에는 중요한 미술 공예품이 있으며 철원 석등, 성천 5층 석탑, 평양 7층 석탑, 용천 다라니석당, 유점사 금동여래 및 보살 입상 등이 그 예이다.
고적으로서는 많은 성과 고분이 있는데, 그 중에도 평남북 일대에 산재하는 벽화 고분은 특히 유명한 것이다. 즉 강서의 연화총, 용강의 쌍류총, 용강의 대총, 수호총, 성총, 감신총, 순천의 태왕지신가 외에 해방후에도 벽화가 가득 그려진 고분이 발굴된 바 있다.
이러한 고분에서는 고구려, 악낭, 대방에 걸치는 귀족의 유물이 출토되어 개인 혹은 박물관에 의해 수장돼 있었다. 개인 중에는 일본인이 소장했던 것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지정 문화재 중 지금 실재를 분명히 파악 할 수 있는 것은 건물 및 고분이 쉬우므로 문화재 관리국이 이번 지정하는 것도 그러한 부문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즉 평양의 대동문 부벽루라든가 의주의 남문·통군정 및 벽화 고분 등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범위를 그어 귀띔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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