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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 보험, 검찰 → 대기업 '취업커넥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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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5년간 퇴직한 경찰 고위 간부의 40%는 보험업계로, 검찰 간부의 24%는 삼성·SK·KT로, 금융위원회 고위직 58%는 은행·증권사로.

 정부 주요 기관과 민간기업 간의 ‘연결망’이 드러났다. 2009~2013년 퇴직 후 재취업한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1263명의 ‘코스’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분석은 업계 곳곳에 퍼져 있는 퇴직 공무원들의 데이터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연세대 김우주 교수 지능웹비즈니스 연구실에 의뢰해 사회연결망 분석(SNA·Social Network Analysis) 기법으로 살펴본 것이다. SNA는 사람, 그룹, 조직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들 간의 연결관계·네트워크의 강도 등 특성과 구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방법을 말한다. 분석 결과 퇴직한 경찰 고위 간부들은 주로 사건·사고와 관련 있는 보험업계로 진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동안 퇴직한 경찰 공무원 157명 가운데 현대해상화재보험·LIG손해보험 등에 재취업한 경우가 63명(40%)에 달했다.

 검찰 출신 퇴직 간부들은 주로 대기업 사외이사나 법무실장으로 옮겨갔다. 분석 대상 70명 중에서 삼성 계열사로 재취업한 이들이 7명(삼성전자 5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SK(5명)·KT(4명) 순이었다. 금융위원회 출신들은 국민은행, 현대증권 등 시중은행과 증권업계로 재취업한 경우가 113명 중 66명(58%)이었다. 감사원 역시 스마트저축은행 등 금융권 재취업 비율이 34%(47명 중 16명)로 가장 높았다.

 정부기관별로는 국방부(225명), 경찰청(157명), 금융위원회(113명) 순으로 재취업 고위 공직자 수가 많았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그룹 계열사(118명), 현대차·현대중공업·현대·현대백화점 등 범현대가(75명), SK그룹 계열사(27명) 순으로 고위 공무원들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진태 의원은 “퇴직한 고위 공직자들이 특정 업계로 무더기로 재취업하면서 연결망을 형성할 경우 결국 정부기관과 해당 업계의 유착을 불러올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전관예우’로 이어지면서 불공정한 사회를 만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명무실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의 재취업심사 제도가 이런 현상을 촉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이 안전행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재취업심사를 받은 퇴직 공무원은 1362명이며, 그중 92.7%인 1263명이 심사를 통과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감사·조세·건축·토목 등 인허가 부서의 경우 5~7급도 포함) 퇴직 공무원들은 직전 5년 동안 담당했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기업에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보다 빨리 재취업 하겠다며 심사를 요청했을때 통과율이 92.7%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심사 자체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현행법상 정부 스스로 재취업을 심사하도록 되어 있어 종국엔 ‘제 식구 감싸기’가 되기 쉽다”며 “국회 차원에서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해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 요건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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