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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우윳값 인상이 애들 얘기라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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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구희령
경제부문 기자

“우윳값이 그렇게 중요해? 흰 우유는 성장기 어린이나 매일 먹는 거잖아. 아주 가~끔 먹는 흰 우유가 1L에 200원쯤 오른다고 뭐 그렇게 티가 날까.”

 8월 초부터 ‘우윳값 인상 파동’을 잇따라 보도하는 기자에게 이런 불평을 하는 지인이 적지 않았다. 몇 시간 만에 우윳값이 오락가락하는 등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데 대한 피로감이었을 것이다. 지루한 협상 끝에 추석 연휴가 끝나고 모든 흰 우유가 1L당 200원 전후(대형마트 기준)로 올랐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7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협)는 “흰 우유보다 초코우유, 커피우유 값이 더 올랐다”고 지적했다. 동원F&B의 덴마크우유 모카라떼의 경우 1L당 484원 올랐다. 애초에 우윳값 인상은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이 8월부터 인상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원유가 사실상 재료의 100%라는 흰 우유는 원유값에 따라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름 설득력을 얻었다. 그런데 초코우유·딸기우유 같은 가공유는 원유 비중이 50~70%에 불과하다. 단순한 셈법으로 따지면 흰 우유 가격 인상분의 70% 이하여야 한다. 소협은 “원유 비중을 70%로 봤을 때 서울우유의 초코우유는 원유가격 인상분의 5.8배, 덴마크 모카라떼는 6.5배”라며 “가공우유의 가격 인상이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흰 우유 가격을 올리면서 슬그머니 가공유 값을 더 많이 올렸다는 것이다.

 우유업체는 “그동안 재료나 가공비 등이 올라도 반영 못했던 것을 이번에 흰 우유와 같이 올린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일리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 억지로 눌러온 가격이 터져나올 틈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흰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점심 먹고 편의점에서 한 잔씩 사먹는 커피 음료, 변비 해소용 요구르트 가격이 10% 이상씩 오른 것까지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우유업체들이 점유율과 별개로 비슷한 가격으로 인상한 것은 담합도 의심된다”는 소협의 비판도 나온다. 우윳값 인상이 ‘애들 얘기’만은 아닌 이유다.

구희령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