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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약간 아래일 뿐 방치하면 일본 꼴 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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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호 20면

선대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하버드대 공공정책학 석사, 동아일보 기자, 서울특별시 정책전문관,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세금혁명당 대표, 선대인경제연구소장(2012년 7월~현재)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지속적으로 “집값 대세 하락”을 주장해 왔다. 2008년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된 이후 정부의 부양책이 있을 때마다 집값은 반짝 고개를 들었지만 “아직 멀었다. 더 떨어진다”는 전망을 반복해 왔다. 8·28 대책의 효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지금, 선 소장은 한 번 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바닥론 믿고 집 샀다간 하우스푸어 되기에 딱 좋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일본화’ 길 걷나 전문가 긴급 점검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1 “주택 공급 과잉 만성화”
선 소장은 “통계로 보나 수도권 미분양 물량을 보나 한국은 주택 공급 과잉이 만성화돼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파트값 전망이 좋지 않으니 부동산 투기 수요가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공급 물량이 전혀 소화될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아직 수도권에 집이 모자란다는 주장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공급 과잉·부족을 따질 땐 수요를 같이 따져야 한다. 이미 집을 살 사람은 다 샀고, 못 산 사람은 소득 대비 집값이 많이 비싸기 때문에 못 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와중에 수도권 인구 증가율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1990년엔 수도권 인구가 한 해 50만 명씩 늘었는데 지금은 한 해 13만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건설 인허가 실적은 거의 비슷하다.”

-살 사람은 없는데 집은 계속 늘어난다는 얘긴가.
“그렇다. 신주택보급률(1인 가구를 포함한 주택보급률)이 전국적으로 103% 수준이다. 그럼에도 주택 소유율은 늘지 않는다. 집은 계속 짓는데, 주택을 사는 사람은 늘지 않는다는 거다.”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는 이유는.
“소득 여력 대비 집값이 싸지면 당연히 살 거다. ‘이 정도면 싸다’고 생각할 수준까지 집값은 떨어질 거다.”

2 “인구 줄기 전에 거품 더 빼야”
일본 부동산 시장의 침체 원인은 ▶부동산 투기에 가담했던 기업의 부실화 ▶주택 구매 연령 인구의 감소가 더해진 ‘복합적 불황’이라고 선 소장은 진단한다. 그는 “한국도 거품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출산 충격이 겹치게 되면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8년 이후 거품이 꽤 빠진 것 아닌가.
“별로 빠지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침체기엔 부동산 가격이 2~3년 사이에 반 토막이 났었다. 미국도 2년 사이에 30% 집값이 내렸다. 한국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수도권이 13.5% 내렸다. 그조차도 정부가 계속 부양책을 써서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일본과 같은 침체가 오는 건 아니란 건가.
“우리 선택에 달렸다. 지금 단기적 충격을 받더라도 집값 거품을 빼놔야 일본식 장기 침체를 막을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주택 구매층 연령(30~54세) 인구가 지난해 2070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줄어들 걸로 보인다. 일본도 이 연령대 인구가 1985년 정점을 찍은 뒤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들어갔다.”

-가구 수는 2040년까지 늘 거란 전망인데.
“연령대별 가구를 봐야 한다. 주택을 사거나 넓혀가는 연령대인 20~40대 가구 수가 가파르게 줄고 있고, 50대 가구 수도 202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감소한다. 반면에 부동산을 매각하는 60, 70대 인구는 크게 늘어난다.”
 
3 “가계 부채 줄어야 집값 바닥 쳐”
선 소장은 주택 시장의 가장 큰 뇌관으로 가계 부채를 꼽는다. 2000년대 집값 거품을 일으켰던 막대한 주택담보대출이 해소되지 않는 한 집값이 반등할 수 없다는 논리다. 선 소장은 “미국은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2007년 133%에서 지난해 108%로 내려가면서 집값 거품이 해소됐지만 한국은 2007년에 140%대였던 비율이 지난해 164%로 오히려 올라갔다”며 “집값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계 부채가 연착륙하고 있다고 보는데.
“가계 부채는 심각한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의 75% 정도가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내고 있다. 2015년이면 거치 기간이 끝나는 주택담보대출이 2012년 대비 2.5배가 넘는다.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집값 전망은.
“그동안 소득과 물가 상승률을 따져볼 때 집값은 서울 지역에선 40~45% 안팎, 전국적으론 35% 정도 거품이 끼었다고 본다. 2007년 집값이 머리 꼭대기라면 지금은 어깻죽지 약간 아래까지 내려왔다. 무릎 정도는 내려와야 바닥을 거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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