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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의 비극은 예방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Rh 마이너스형 혈액을 구할 수 없다거나 Rh 마이너스형 산모에서 신생아가 태어나자마자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생소한 얘기가 아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0·15∼0·3% 밖에는 되지 않기 때문에 혈액형으로서 일으키는 부작용도 소홀히 취급되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고작해야 주한 외국인에게나 의존해서 위기를 넘기는 실정은 반성을 요하는 과제이다.
서울 적십자 병원 혈액 원장 원진덕 박사는 Rh 마이너스형의 희생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며, 혈액의 부족으로 희생되는 모든 환자와 마찬가지로 범국가적인 헌혈 의식의 부족에서 오는 부작용이라고 보고 있다.
Rh 마이너스는 혈액형 A·B·O·AB와 같이 독립된 혈액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Rh 인자를 갖고 있는데 Rh가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 여부에 따라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같은 A형이라도 Rh 인자가 서로 다르면 수혈이 불가능하다. Rh 마이너스 인자를 가진 사람이 수혈을 하게 되거나 출산을 하는 경우가 혈액형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고비다. 단순한 수혈을 요할 때에는 같은 혈액을 준비하면 되지만 산모가 Rh 플러스형 태아를 낳게 되는 경우 신생아는 교환 수혈 (전체 혈액의 90%를 일단 Rh 마이너스형으로 바꿔 넣고 신생아에게서 Rh 플러스형 혈액이 생성되기를 기다린다)을 곧 실시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원 박사에 의하면 인구 비율로 계산해서 수혈을 필요로 하는 환자 3백30명∼7백50명 가운데 한사람이 Rh 마이너스형을 요구하는 환자다. 또 20년 전의 선진국 수준으로 계산해도 우리 나라 3천만 인구에는 60만명 (한 병이 5백㏄정도의 혈액이 항상 필요하나 현재는 20만병 정도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Rh 마이너스형 혈액은 20만 병 가운데 3백 병도 채못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 혈액을 찾는 소동이 서울에서만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일어나고 있다는 원 박사의 말이다.
우리 나라에서 Rh 마이너스형 산모에서 태어나 사망한 신생아에 대한 보고가 이미 20여년 전에 있었고, 이 혈액을 헌혈한 미군의 미담이 번번이 보도되면서도 아직 이에 대한 대책이 서있지 못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Rh 마이너스 여부를 검사해 보고 위험에 대처해야할 것이며 전국적인 채혈 운동을 벌여 충분한 혈액을 보유해두는 것만이 Rh 마이너스형 혈액으로 일어나는 부작용을 해결할 것이라고 원 박사는 말한다. <정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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