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방위 전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 대통령은 8일 「한국 안보에 관한 한미간 협의의 종결에 즈음한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는 가운데서 『주한미군 2만 감축과 한국군 및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우리 국군이 1백55「마일」전 전선에 대한 일선 방위 임무를 맡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휴전이래 휴전선의 일부를 계속 담당하고 있던 주한미군의 일선 방위 책임은 사실상 종료하게 된다. 이는 6·25이후 미군의 한국 주둔 사상 또는 휴전선 방위 사상 처음 있는 일 일뿐만 아니라, 전선에 대한 한미 공동 방위라는 종래의 체제로부터 한국군 단독 방위라는 신 체제로 이행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아닐 수 없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한반도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휴전선의 길이는 약1백55 마일, 그중 지금까지 미군이 담당하여 온 지역은 약 18 마일 (28·8km) 이며, 그에 충당돼 오던 미 지상군 병력은 약 2개 사단이었다. 미군이 담당하여 온 지역은 전체 휴전선에 비할 때 극히 적은 부분이지만, 이제 주한미군의 감축은 병력의 감축에 그치지 않고, 방위선 담당 병력의 변동까지 가져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남은 주한미군의 임무는 주로 후방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것도 아울러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작년 9월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제기되어 한미 협상이 한창 진행될 때 동경 주재 미관변 소식통으로서 『휴전선의 한국군 전담설』이 전해진바 있어 한 때 우리의 비장한 관심을 집중시킨 일이 있었던 것인데 이제 그것이 어김없이 현실화하고야 만 셈이다. 이제 모든 것은 기정 사실화하였다고 보겠으며, 그에 따라 우리에게는 오직 새 시대에 적응하는 국방 태세를 확립함에 새로운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당도했다고 할 것이다.
우리 나라는 이미 「자조·자립·자위」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자주 국방 태세를 확립함에 벌써부터 힘을 아끼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는 그것이 더욱더 현실적으로 요구되고, 또 피부로써 느낄 때가 된 것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국방을 위한 정신 자세를 확립할 것은 물론 모든 면에서의 역량을 배양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방상의 전환기에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젯점을 성공리에 극복해야 한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국군은 방위선 확대에 따른 전열의 정비 강화를 비롯해서 군 관리 운영의 개선, 군 기구의 정비, 부대의 효율적인 재배치, 장비와 물자의 선용, 전투력의 증강 등 모든 면에 걸쳐 주한미군 일부 감축으로 생기는 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는 안보상으로는 물론 국방상 시련기에 있다고도 보겠다. 이러한 정세에 대처해서 우리 모든 국민은 합심 단결하여 방위 정신을 더욱 굳건히 하며 전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주한미군 감축과 휴전선 방위의 국군 전담과 더불어 미국에 요망하자 않을 수 없는 것은 주한미군이 일선을 지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북괴의 도발이나 그 위협을 판단함에 있어서 조금도 그 거리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은 항시 정세 판단에 한국 측과 일치하여 유사시 공동 보조를 취함에 더욱 긴밀히 협조해 주고 지원해줄 것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요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