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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한 대화록이 회담 내용 더 생생 … 검찰, 국정원 녹음 파일과 대조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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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 이지원(e-知園)에 등재됐다 삭제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NLL 대화록) ‘폐기본’이 내용을 가장 자세히 담고 있는 사실상 ‘원본’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이지원을 복제해 봉하마을로 가져갔다 반납한 게 봉하 이지원이다. 여기서 폐기된 흔적을 찾아내 복구한 회의록(이하 ‘폐기본’)이 남아있던 회의록(이하 ‘봉하수정본’)보다 회담 내용을 더 생생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다.

 회의록 실종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이진한 2차장검사는 4일 “발견된 세 개의 회의록(폐기본, 봉하수정본, 국정원 보관본) 중 굳이 얘기한다면 오히려 사라진 것(폐기본)이 완성본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세 개 모두 각자 완결성을 갖춰 ‘초본’이나 ‘완성본’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완성본을 만들어가다 보면 최종본이 나오므로 초본은 폐기하는 게 당연하다”는 야당 측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 차장은 이렇게 판단한 근거에 대해서는 “나중에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할 때 설명하겠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먼저 작성된 폐기본과 나중에 만들어진 봉하수정본 간에 시간적으로 상당히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초안을 바로 다듬어 공식안을 만들 경우엔 시간 간격이 짧고 연속성이 있다. 하지만 봉하수정본은 폐기본과 이런 연속성이 없고, 어느 정도 시점이 지난 뒤 고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폐기본이 정식 문서목록에 오르고, 문서번호와 결재까지 이뤄진 흔적이 있다면 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또 국가기록관리 시스템상 청와대 전산시스템은 통째로 이미징(복사)해 넘기지 않는다. 중요도에 따른 분류작업을 거쳐 파일 복사 형식으로 넘긴다. 이 과정에서 미완성 초안 같은 불필요한 내용은 넘기는 대상에서 빼면 되지, 굳이 삭제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련의 삭제와 수정 작업이 2008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전에 모두 이루어진 증거를 확인했다. 이진한 차장검사는 “봉하 이지원을 가져간 후 별도작업이 이뤄진 흔적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퇴임 전에 셧다운(시스템을 닫는 것)하고 분류 및 이관작업을 끝내놓고 갔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수사는 ▶폐기 과정에 누구의 지시가 있었는지 ▶왜 봉하 수정본을 정식 이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는지를 밝히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이 보관 중인 회담 녹취파일과 회의록을 대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 당시 굴욕발언을 조직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친노 인사들은 ‘문서화하는 과정에서 교정·교열을 본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어 녹음원본과 회의록 대조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취파일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으니 공공기록물이라는 주장과 정상 간 대화를 청와대가 직접 녹음한 만큼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이동현·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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