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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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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래에는 예술과 철학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한 역사가 「토인비」의 말을 생각할 때마다 예술 한국으로서의 긍지를 갖게 된다. 우리 민족은 어느 민족보다도 뛰어난 예술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으며 더군다나 지금 세계악단에서 우리의 많은 젊은 천재 음악가들이 이름을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외국에서는 우리의 순수음악이 크나큰 영광을 누리건만 그런 것은 아랑곳없이 우리 생활주변에서는 온통 향악적인 「팝송」이 휩쓸고 있다.
대중음악이란 필수적인 것이지만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는 「팝송」가운데는 전통적인 자유주의나 에로티시즘이의 영향을 받은 불건전 한 것도 없지 않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고전음악이 근들의 전통적인 생활 음악으로 되어 있어서 딴 나라의 통속적인 음악이 감히 들어가지 못하며 독일이나 「이탈리아」같은 나라도 역시 「클래식」이 대중화되다시피 하고있다. 특히 독일에선 국민들의 음악 수준이 높아 갱부들마저 「오키스트러」를 조직하고 있어서 하루 일을 마친 뒤에는 석탄을 파내던 그 거친 손으로 「바이얼린」을 켜고 「플루틀」를 불고하여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대곡들을 연주한다고 한다.
우리 민족도 독일이나 「이탈리아」등에 못지 않은 뛰어난 민요를 갖고 있는 이른바 음악 민족이 건만 이렇듯 좋은 음악의 전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퇴폐적인 것 아니면 산파조의 음악으로 퇴보하고있는 면이 있다는 것은 안타깝다.
이상국가를 이룩하는데는 체육과 더불어 건전한 음악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한 「플라톤」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공자도 예악을 무엇보다도 중요시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플라톤」은 음악에 대한 저서는 없으나 그의『국가론』이나『법률』에 서는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도리아」선법은 교육적이지만 「이오니아」선법이나 「믹소니디아」선법을 사람을 연약하게 만들며, 단 「릴라」(예사「하프」)나 기타라는 인간의 정신을 평정하게 하기 때문에 이롭지만, 「아울로스」(옛「오보에」)는 흥분시키기 때문에 해롭다고 했다.
예술이란 반드시 윤리적이며 교육적이라야 할 것까지만 없지만 현재 우리의 생활 음악의 일부분이 「데카당」에 사로잡혀 있는 만큼 그대로 방관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우리 나라의 세계적인 작곡가들은 도리어 서구에서 국보처럼 받들어지고 있는가 하면 우리의 많은 젊은 연주가들 역시 외국 사람들의 찬미를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은 우리 나라의 명예이기도 하지만 한편 우리 나라 문화재산의 상실이 아닐까. 그러니 우리도 문명한 나라 음악수준에 이끌어 올리어 우리의 천재 음악가들이 우리 품에서 살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중 음악에만 얽매이다 시피한 생활 음악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교향악 운동이 활발해야 하는데 연초의 「국향 파동」은 음악을 애호하는 모둔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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