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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국사편찬위 사무국장 최영희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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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0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한국사」 편찬사업을 착수한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김성근) 는 모처럼 만에 활기를 찾았다. 정부의 중요한 학술연구기관이며 자료실인 편찬위는 문교부의 무관심으로 20여년간 거의 유명무실을 면치 못했는데 금년부터는 일손이 모자라 WMF거운 비명. 『직접 원고를 집필하는건 아니더라도 사업주관자로서 여러 가지로 책임이 막중하다』고 최영희사무국장은 말한다.
위원회는 지난해 이 큰 사업을 계획하고 학계인사들과 접촉하는 한편 공식회합만도 수차에 걸쳐 가졌다.
5개년에 완성할 것을 계획하고 있는 이 국가적인 사업은 총예산 (출판비제외)이 5천5백만원에 달하는데 그 비용을 굳혀놓는 작업에 1년이 소요됐다는 것. 그래서 금년엔 우선 거의 1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놓은 것이다.
국사편찬위는 26일 「한국사」편찬을 위한 상임위를 소집하여 그동안에 논의됐던 문젯점을 재확인하는 한편 진행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강구할 것이라는 소식인데, 이어 관계 학자의 전체회의를 통하여 자료수집 및 정리작업을 실질적으로 벌이게 될 것이라고 최국장은 내다본다.
『이제까지 우리가 한 일이란 책임지고 일을 해낼 사람들을 모아놓는 준비작업이었습니다. 물론 수다한 항목에 따라 「팀·워크」를 짜서 진행되겠지만 서로 연관을 맺어주고, 또 뒷받침해 주는 것이 사무국의 소임이거든요. 』 곧 인화문제가 이 사업의 가장 큰 추진력이 되리라고, 그는 거듭 강조한다. 50여명의 학자들을 통괄해야 하는 주무자로서 응당한 고충이겠다.
현재 구성돼 있는 「한국사 편찬위원회」는 ▲제1부 고대=이병찬· 김원용· 김철준·최영희 ▲제2부 고려=김상기· 고병익· 이기백 ▲제3부 이조 (개화이전) =김성근· 유홍렬 · 신석호· 한고근 ▲제4부 근대=백악준· 이선근· 조기준· 홍이섭· 이광린 제씨.
그중 김철준·이기백·한고근·홍이섭·이광린씨 등 5명이 상임위원이다.「팀워크」를 짜고 항목을 결정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최대한의 사료를 모으는 문제는 또 큰 난제.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각 지방의 향토사가 전혀 안 돼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사편찬을 위하여 따로 향토사정리의 작업을 벌일 수 없는 형편이므로, 결국 향토사료를 충분히 이용할 수 없지 않겠는가 최국장은 우려하고 있다.
『따지자면 향토사가 앞서 완성돼 있어야 마땅하지요. 한데 우리나라에는 지금 학문적으로 향토사가 안돼있읍니다.
이제는 해야할 단계에 막 다다랐는데도 아무도 감히 엄두를 못내고 있읍니다.
향토사는 중앙에서보다는 지방사람들이 앞장서야만 그게 순서인데, 우리나라의 실정은 중앙에서 먼저 바람을 넣어줘야 한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특히 종전후에 중학교 교사와 문중사람들이 자진해서 발굴하고 「붐」을 일으켜 향토사가 각 지방마다 완성됐습니다. 지방에 가보면 흔히 노고유물정도가 향토사의 전부인 것처럼 잘못 알고 있어서, 진짜 사료가 되는 토지문서 같은 것에 대해선 조금도 귀중하게 생각하질 않더군요. 책을 보자고 하면 논어·맹자 같은 걸 내놓는 게 고작이니 말입니다.』
종래 한국사의 문헌이란 관찬위주이고, 그래서 국조보감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따라서 이번 한국사는 비록 국가기관이 주관하더라도 내용에 있어서는 학계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향에서 진행하겠다고 그는 말한다.
한국사 편찬에 있어 세째로 중요한 문제는 이 싯점에서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점이다. 즉 과거에는 모든 것을 우리나라가 제일이라고만 하다가 최근에는 정반대로 외국에 비해 별것 아닌것처럼 회의심을 품고있는데, 지금이말로 가치의 재평가가 시급하다고 최영희씨는 주장한다.
『국민 전체가 「쇼비니즘」에 빠진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수주의적으로만 생각할 것도 아니고 또는 못난 조상이라고 비난만 해서도 안되겠어요. 민족의식만 앞세워 우리나라가 다 잘했다고만 할 것도 아니지만 우리 조상이 얼빠진 사대주의나 당쟁만 일삼았다고 할 수는 없읍니다. 오히려 영리한 민족입니다. 』
요는 자료를 잘못 읽고 해석하는 탓이요, 역사에 있는 그대로를 보는 눈을 떠야 하리라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사료를 뛰어넘어 그 뒤에 숨어있는 역사적 실체를 찾아내려 하는 점에 그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있다. <이종석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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