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납북기도의 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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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3일 속초비행장을 떠나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KAL)소속 F-27기가 납북일보직전에서 극적으로 저지됐다는 사건은 이미 자세히 보도된 바와 같다. 이 사건은 비록 미수에 그쳤지만, 1958년2월16일의 KNA기 납북사건, 1969년12월11일의 KALYS-11기 납북사건 등 몸서리치는 기억이 아직도 새로운바 있어 국민에게 준 충격이 매우 컸다고 하겠다.
다행히도 이번 사건은 위기일발의 순간에서 기장이하 승무원들의 기지와 침착, 공안원의 범인사살, 급거 출동한 공군기의 활약 등으로 월북을 막고 사태의 악화를 극소화하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우선 납북이란 만행을 결사적으로 막은 승무원들의 공로와 납북기도가 탐지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지체없이 출동한 공군당국의 신속한 행동을 높이 찬양해 마지않는다.
특히 수습조종사 전명세씨는 기내에서 범인을 덮치다가 수류탄이 폭발하는 바람에 중상 끝에 서울에 이송되던 중 애석하게도 순직했다. 전명세씨의 감투정신과 그의 거룩한 순직은 그 이전 강재구 소령이 부하가 잘못 던진 수류탄을 안고 순직한 것을 방불케하여 뭇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있다.
이번 납북미수사건은 범인이 터뜨린 사제폭탄(수류탄)으로 말미암아 그밖에 많은 중경상자가 있었고, 또 기체는 초도리 해변에 불시착하여 대파되는 등 적지 않은 희생이 따랐으나, 비행기납치사건을 격투 끝에 저지하였다는 점에서 특기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세계도처에서는 항공기 납치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을 저지한다는 것은 난제중의 난제로 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KAL기 사건은 승무원들의 기지와 용기, 그리고 위급한 사태에서 침착을 잃지 않은 행동으로써 그것을 미수로 그치게 한 보기 드문 본보기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F-27기 납북기도와 관련해서는 그것대로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규명하고 앞으로의 대책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범인은 사살되어 그 범행동기와 배경을 즉각 가려내는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지 모르나, 우선 보도된 내용만을 볼 때, 이번 사건이 야기되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허점이 있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이번 납북미수사건은 1년2개월 전 KAL의 YS-11기가 납북되던 바로 그 항로에서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범인은 누가 보아도 허술한 차림새에 얼핏보아도 비행기를 쉽게 이용할만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승객의 증언들이 있다.
또한 범인은 수류탄을 세 개씩이나 손가방에 간직하고 탑승했다고 한다. 속초 비행장에는 금속탐지기 1대가 비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알아내지 못한 것은 일언이 폐지하여 경찰관들의 검문·검색이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속초비행장으로 말하자면 최전선에 위치한 접적지역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이 비행장의 경계 및 검문·검색은 그 어느 지역보다도 철저했어야만 할것이다. 특히 북괴의 끊임없는 도발로 항공기납북가능성이 현재한 이때 당로자들은 항시 그 어디서나 높은 경각심과 아울러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했어야만할 것이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의 철저한 규명과 아울러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가려낼 것은 물론, 대오각성 대공경계망을 총 점검하여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이 기회에 강력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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