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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 "주식투자가 무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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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계증시가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들어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6.4% 가량 하락했고 영국 FTSE100지수는 8.8%,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4% 떨어지는 등 각국 증시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초엔 하반기 중 세계경기가 살아나면서 증시도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미국.이라크전쟁 문제가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 소비심리의 위축과 고유가 등으로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주식투자 기피=미국 메릴린치증권에 따르면 최근 각국의 펀드매니저 3백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극단적인 '위험회피'성향을 보인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매니저들은 보통 고객이 맡긴 돈을 주식.채권.머니마켓펀드(MMF) 등 여러 금융상품에 나눠 투자하는데, 최근 증시전망이 어두워지자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식을 기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펀드매니저의 34%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운용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메릴린치가 설문을 실시한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지난달 조사에선 이런 응답이 25%에 그쳤다. 메릴린치는 주식투자에 대한 펀드매니저들의 태도가 2001년 9.11테러 직후보다 더 가라앉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펀드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 내 주식비중은 50%를 기록, 두달째 하락세를 보였다.

미 시장조사기관인 인베스터스 인텔리전스도 26일 발표한 지난주 투자심리지수 조사에서 향후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전체 응답자(1백30명)의 36%로 전주(33.7%)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둘째주 조사 이후 4개월여만에 최고치다.

이처럼 악화된 투자심리를 반영, 지난달 미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선 총 1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1월에 주식형펀드에서 돈이 순유출된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경기악화 우려=미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가능성을 처음 제기했던 모건스탠리증권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2003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9%에서 2.5%로 하향조정했다.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도 4%에서 3.8%로 내렸다.

그는 "현재 세계경제의 취약성을 감안하면 이라크전쟁이 일어날 경우 걸프전 당시보다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세계경제는 3년 안에 침체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원유.가스.구리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이면서 관련업계와 세계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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