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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범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완전범죄란 범죄자들만의 꿈은 아니다.
「코넌·도일」이나「아가사·크리스티」등의 탐정·추리소설이 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것은 누구나 완전범죄를 꾸밀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완전범죄란 「셜륵·홈즈」같은 탐정에게도 끝내 꼬리를 잡히지 않은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범죄의 증거를 조금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 완전한「알리바이」를 성립시키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완전범죄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범죄학에서의 상식으로 되어있다. 「셜록·홈즈」를 이겨낼 만한 지능의 범죄자가 없기 때문이라기보다 사람은 누구도 인간적인 약점 때문에 생기는 꼬리까지 감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설의 세계에서나 통하는 얘기다. 현실 세계에서는 미해결로 끝나는 범죄가 참으로 많다. 그리고 가장 완벽한 완전범죄는 범죄를 일상화시키는 일이라는 말까지 있다. 이렇게 볼 때 오늘의 완전범죄중의 하나가 공해에 의한 살인행위라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만일 독약인줄 빤히 알면서도 어떤 약품을 사람에게 먹인 다면, 단번에 치사할 만큼 한꺼번에 먹이든 조금씩 장시간에 걸쳐 나눠 먹이든, 그것은 엄연히 살인행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서울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매일같이 독을 마셔가며 살고 있다. 서울시 위생시험소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도심지역 공기 속에 들어 있는 아황산「개스」는 65년의 4배로 늘어났다.
분진은 안전도를 4배나 초과하고 있다. 한강수질도 음료수로 쓰기엔 너무 더럽다 한다.
그뿐이 아니다. 노상에서의 소음도 안전기준 60「폰」을 훨씬 초과, 평균77「폰」에 이르고 있다.
「이언·플레밍」의 『007「시리즈」』속에서는 범죄자들이 인질로 잡아놓은 사람에게 간단없이 소음을 들려주는 수법이 소개돼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그를 정신이상자로 만드는데 충분한 소음이 1백「폰」을 넘지 않는다. 서울의 소음도가 매년 2「폰」씩 늘어간다는 통계가 의미하는 것은 그러니까 2, 3년 후면 모든 시민이 정신장애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경고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새삼스럽지 않다고 여기는 그 자체가 범죄의 일상화현상을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우리의 공해는 아직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도 같은 얘기다.
자연과 인간을 해치는 이와 같은 공해에는 뚜렷한 주범이 없다. 모두가 공범자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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