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에 질린 주민들 불끄고 문 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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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류리 마을은 이날 어둠 속에서 총격의 난사로 공포의 마을로 변했다.
술에 만취한 공경렬 하사가 미쳐 날뛴 15분 동안 60여 가구 마을사람들은 겁에 질려 모두 불을 꺼 마을은 온통 암흑 세계가 되었고 잇단 자동소총소리와 비명이 마을을 한때 휩쓸었다.
이날 맨 처음 공 하사를 목격한 장아지씨에 의하면 총소리가 들려 나갔을 때 눈에 익은 해병대복장이라 단순한 사고로만 생각, 구경하다가 공 하사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비틀거리며 총을 쏴대는 바람에 오른쪽 다리에 관통상을 입었다.
이날 공 하사는 모자도 쓰지 않은 채 연신 『까불면 죽인다』『이 새끼들아, 다 나와라』『맛 좀 볼래』하는 등 고함을 치며 총질을 한 것이다.
평소 부대병사들에게 막걸리를 팔아오던 민수홍씨 집에서는 갑자기 총소리가 나고 유탄이 벽에 박히는 바람에 깜짝 놀라 민씨가 바깥사정을 살피려고 나가 다가 들이닥친 공 하사와 마주쳤고 공 하사는 『이 새끼 죽여』하면서 민씨의 복부에 총 3발을 쐈다는 것이다.
친정에 다니러왔던 민씨의 딸 옥희씨(38)에 의하면 문을 박차고 들어온 공 하사는 민병두씨를 보고 『너 까불 테냐! 쏴 죽여야겠다』면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라고 요구, 옆에 있던 민 여인이 잘못했다고 빌고 뒤따라 그의 아버지 병두씨가 『잘못했네!』하고 사과하는 순간 아랫배에 1발, 가슴팍에 2발을 쐈다.
맨 나중에 사살된 민재호군은 하성중학을 졸업, 이번에 인천공업고등학교에 입학원서를 내놓은 채 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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