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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와 자동차] 원로방송인 임택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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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원로 방송인 임택근(71)씨는 마이크를 놓은 지 30여년이나 됐다. 1972년 문화방송 상무 겸 아나운서로 근무하면서 진행한 와이드 생방송 '임택근의 모닝쇼'로 피날레를 고했다.

이후 경영자와 사업가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발이 되어준 자동차를 고맙게 생각했다.

고교 시절 아나운서가 되기로 마음 먹은 任씨는 연세대 1학년 재학 중 아나운서 채용시험에 합격, KBS의 전신인 중앙방송에 입사해 그 꿈을 이루었다.

이후 중앙방송 아나운서 실장, 문화방송 방송부장을 거쳐 80년 문화방송과 경향신문사 사장 직무대리까지 올랐다. '스무고개''노래 자랑''퀴즈 열차' 등 손꼽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로마 올림픽,도쿄 올림픽, 멕시코 올림픽에서 스포츠 캐스터로 활약하면서 온 국민의 귀를 사로잡았다. 任씨는 올림픽 덕분에 '국민 방송인'으로 불리며 아나운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50년대 초부터 운전을 시작한 任씨는 53년 서울 수복 직후 첫 차로 지프를 구입했다. 이후 새나라, 코로나, 레코드, 로얄 살롱 등을 바꿔 타면서 국산차의 역사를 이어 갔다.

任씨가 자동차 생활을 즐긴 것은 80년 문화방송의 사장 직무대리를 그만두고서다. 바로 미국 UCLA에서 공부하던 1년간이란다. 이때 GM 캐딜락 세빌을 구입,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사이를 오가며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즐긴 드라이브를 잊지 않고 있다.

그는 80년대 말 귀국한 뒤 핸들을 잡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이 들어 자가운전의 세계에 흠뻑 빠진 '로맨스 그레이'인 셈이다. 그러나 任씨는 우리나라의 미숙한 자동차문화와 교통사정을 내내 안타깝게 생각한다.

타인의 난폭한 운전매너들 때문에 거칠어지는 자기 모습을 많이 되돌아봤다. 任씨는 "잘못했으면 손 한번 흔들어 미안함을 표시할 줄 아는 풍조가 하루 속히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선 한국자동차문화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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