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김광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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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한에서 대한으로 치닫는 사이
신정과 구정 사이
지난해 크리스머스와 오는 부활절 사이
집과 집 사이
짐승과 사람사이
이승과 저승 사이를
한 걸인이 서성이고 있었다.
노크를 잊은 천사처럼
남루의 관을 쓰고서
그가 자는 곳은 아무도 모른다
그가 먹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밤마다 불빛 되어 새어 나오는
가난한 창가에 기대 서서
눈 비비며
잠시 성경 한 귀절을
소리나지 않게 읽고 가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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