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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월 국군의 단계적 철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대통령은 지난 11일의 기자회견을 통해 「닉슨·독트린」의 현실화와 관련, 처음으로 정부의 대월정책 및 주월한국군의 철수문제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힌바 있는데, 그는 『월남화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월남군의 전투력이 예상외의 빠른 속도로 증강되고 있기 때문에 주월 군군의 단계적인 감축문제가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월남의 전반적인 정세를 평가할 때 월남화 계획의 추진, 월남군의 전력강화, 주월 미군의 대폭감축, 그 밖의 태·호군 등 연합군도 철수계획을 세우고 있으므로 주월 국군 또한 그에 보조를 일치해야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주월 국군감축의 규모와 시기 등은 미·월을 포함한 연합국과의 충분한 협의를 가진 뒤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원칙적으로 그 감축을 검토하는데 있어서는 월남정부 및 그 국민들의 흥망을 존중하며 한·미·월의 유대를 강화하는 방향에서, 그리고 파월 이후 이룩한 기성업적을 살릴 수 있는 방향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특히 철군을 검토함에 있어서는 낙관적인 국제여건의 변동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은 물론, 그 중에도 특히 당사국인 월남의 의사를 존중해야함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6년전 국군 파월의 명분은 「아시아」의 평화와 6·25동란시 우방원조에 보답하는 뜻도 있었으나, 현실적으로는 월남이 요청하고 미국의 종용이 간곡했기 때문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동안 월남전쟁의 소강상태와 더불어 월남국민의 한국군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때로는 곡해와 오해를 사는 일도 없지 않았다. 따라서 철군에 있어서는 현지국민의 감정이라는 것도 충분한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월남국민은 철군이든 아니든 변함없는 한·월 유대의 강화를 희망하고 있을 줄 믿는다.
69년 12월 비율 빈은 주월 건설지원단 3천여 명을 일방적으로 철수하여 복잡한 문제를 일으켰던 것으로 전문되고 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추어 보아서도 일단 외국에 파견한 군대의 철군은 관계국가간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그 동안 땀흘려 이루어놓은 업적을 살리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추진되어야만 할 것이다.
한편 철군이 국내에 미칠 문제 또한 적지 않을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군대를 보낼 때보다도 철군 시에 여러 가지로 더 어려운 문제들이 제기될 것이라는 것은 벌써부터 예견돼온 것이기도 하다. 철군에 따른 미국의 대한협조도가 종전과는 다르리라는 점과 철군 후 우리 경제전체가 입게될 여파문제, 그리고 복원되는 국군의 재배치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젯점들이 제기될 것은 필지의 사실인데 우리는 이 모든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물샐틈없는 대책을 미리 마련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주월 국군장병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비록 철군문제가 논의되고 있다하더라도 그들은 끝까지 맡은바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세호 주월 사령관은 철수할 때까지 전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하는데, 정부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뭇 주월 국군장병은 그 임무를 추호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주월 국민에 대한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특히 군기를 엄정히 하면서 신의 있는 한국군이 되도록 더 한층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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