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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애플·화이자 포함 해외주식에 31조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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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407조원을 굴리는 세계 4위 연기금 대한민국 국민연금은 과연 어디에 투자하고 있을까. 베일에 가려 있던 국민연금의 구체적인 투자 내역이 1일 홈페이지에 첫 공개된다.

 홈페이지 공시에 앞서 30일 국민연금이 공개한 투자 내역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평가액 기준으로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에 각각 72조원, 31조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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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주식 중에서는 애플의 비중이 가장 컸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애플 0.1% 지분의 평가액은 3720억원으로 해외 주식 중 1위였다. 이어 화이자·구글·오라클·네슬레·로슈·엑손모빌·시스코 등의 유명 글로벌 업체의 주식도 각각 2000억원대 수준에서 투자하고 있었다. 해외 주식 중에서 국민연금은 금융업(19%)을 가장 선호했다. IT(15%)·자유소비재(12%)·산업재(11%)·필수소비재(10%)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반면 통신이나 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주 성격의 주식은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경기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출렁거릴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별로는 미국 비중(43.6%)이 압도적인 반면, 중국 비중(3.7%)은 낮았다.

 모두 18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해외 채권 분야에서도 미국 비중(41%)이 압도적이었다. 영국(10%)이 뒤를 이었다. 국채(44%)와 회사채(43%)의 비중은 엇비슷했다. 단 해외 대체투자(부동산과 자원 등에 투자하는 것)에서는 의외로 유럽 비중(32%)이 미국(28%)을 앞섰다. 전체적으로는 아직도 국내 채권 비중이 60.2%로 압도적이었다. 국민연금은 내년에 이 비중을 54.2%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주식 분야에서 국민연금의 지배력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국내 주식 중 보유율 5%가 넘는 종목이 무려 218개, 10%를 넘는 종목도 20개에 달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특정 회사 지분을 10% 넘게 보유할 경우 5일 내 공시해야 하는 규칙 때문에 10% 미만에서 지분을 관리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런 제한이 사라지면서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10%를 넘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풍산·LG상사·휠라코리아·애경유화·한솔CNS·LS·이수페타시스 등 20개 회사에 대해 지분을 10% 이상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을 평가액으로 보면 상위 10위까지는 국내 대형주들이 석권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7.2%를 보유해 단일 분야 최다 투자를 기록했다.

 국민연금 적립액은 2044년에는 지금보다 다섯 배 이상 많은 2465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당장 18.7%인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내년에 20%까지 올라간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는 “2017년 말까지 국민연금은 매월 1조원을 국내 증시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스피지수가 1800 이하로 떨어지면 국민연금이 바로 투입돼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지나친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의결권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은 자칫 정부 의도가 기업 경영에 개입될 여지를 남긴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은 더 큰 문제다. 2044년부터 적자로 돌아서는 국민연금은 2060년에 기금이 모두 고갈된다. 이 과정에서 들고 있던 국내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우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채권과 국내외 대체투자 비중을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내년에 해외 주식(8→10.5%), 대체투자(8.4→11.3%)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은 7%로 세계 6대 연기금 중 최하위다. 노르웨이·네덜란드·미국·캐나다 연기금은 모두 1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편 국민연금기금운용위 결정에 따라 이뤄진 이번 공개에 대해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철학인 정보 공개 원칙에 따라 공개가 이뤄졌다”면서도 “세계 유수의 국부펀드 중 과연 이렇게 낱낱이 내역을 까는 곳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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