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치켜세우고 추어올리고 추어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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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청소년들의 일탈은 또래보다 우월해 보이고 싶은 일그러진 영웅 심리에서 충동적으로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괜히 추켜세우는 게 아니라 아무도 너처럼 못할걸” “추켜세우는 말이 아니고 너 정말 대단한 것 같아”라는 말 한마디에 굉음을 내며 오토바이를 몰고 질주하기도 하고, 선후배나 급우들을 상대로 폭력을 가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도 한다.

 정도 이상으로 크게 칭찬하다는 뜻의 동사로 ‘추켜세우다’를 사용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치켜세우다’로 바루어야 한다. “추켜세우는 게 아니라” “추켜세우는 말”은 “치켜세우는 게 아니라” “치켜세우는 말”로 고쳐야 어법에 맞다.

 ‘추켜세우다’는 칭찬의 의미로는 쓸 수 없다. “집 얘기가 나오자 그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넘어진 아이를 재빨리 추켜세웠다”와 같이 위로 치올리어 세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비슷한 예로 ‘추켜올리다’도 있다. “현지 언론에선 그를 바이올린의 신, 바이올린의 마법사라고 추켜올렸다” “자꾸 옆에서 추켜올리니 나도 모르게 우쭐대는 맘이 들었다”처럼 사용하는 건 잘못이다. ‘추켜세우다’와 마찬가지로 칭찬의 의미로 ‘추켜올리다’를 쓸 수 없다. ‘추켜올리다’는 “바지를 추켜올리다” “양팔을 추켜올리다”와 같이 위로 솟구어 올리다는 뜻밖에 없다. 간혹 ‘치켜올리다’고도 하는데 이 역시 표준어가 아니다.

 ‘-올리다’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칭찬의 표현으론 ‘추어올리다’가 있다. ‘치켜세우다’처럼 위로 끌어올리거나 실제보다 높여 칭찬하다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추어주다’도 ‘추어올리다’와 복수표준어로 칭찬의 의미로 쓰인다. “사람들이 문학에 소질이 있다고 추어주자 그는 멋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처럼 사용한다. “그는 술자리에서 상사를 치살리며 환심을 사려 했다”와 같이 ‘치살리다’는 말도 있다. 지나치게 치켜세우다는 뜻이다.

 ‘치켜세우다·추어올리다·추어주다·치살리다’ 등은 칭찬의 의미로 쓸 수 있지만 ‘추켜세우다·추켜올리다·치켜올리다’의 경우 이러한 뜻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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