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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교육의 새진로 모색|「중등학교경영의 발전」 연구집회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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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중등교육연구협회는 7, 8일 대한교련 강당에서 제19회 연구집회를 가졌다. 「중등학교경영의 발전」을 주제로 열린 이번 연구집회는 민병구 서울대부총장, 윤태림 연세대교육대학원장, 김상협 고대총장, 김옥길 이대총장의 강연으로 성황을 이루었다.

<중등학교의 시기의 청소년 인격교육>인간의 존중·개인의 신장서 비롯돼야-윤태림(연세대 교육대학원장)
오늘날은 인격교육이 불가능에 가까운 시기다. 부패한 기성사회, 대량교육에서 오는 학교기능의 마비는 인격교육을 더욱 어렵게 한다. 여기서 미사여구의 국민교육헌장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이란 식의 「멸사봉공」을 강요함은 지나친 가치전도다.
「나라」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를 후면으로 후퇴시키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어긋난다. 패망전의 일본과 「나치」독일에서 유행하던 사고방식이다. 오히려 「나」 곧 개인의 발전이 있어야 국가가 발전하는 것이다. 인격교육의 근원은 인간의 존중에서 비롯된다. 국가·사회의 윤리는 어디까지나 태어난 인간으로서의 가치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격과 도덕의 바탕이 되는 인간관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원죄·선등으로 규정지을 수가 없다고 현대의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서는 말한다. 원래는 백지상태라는 것이다. 부모, 가정에서 그 백지위에 점을 찍어 가는 것이다. 인격교육의 본바탕은 가정이라고 본다. 가정이 부정과 부패에 오염될 때, 학교에서의 인격교육은 먹혀들 수가 없다.
우리 국민의 국가의식이 박약하다고 개탄하는 사람을 본다. 이는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긴 역사를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는 관과 민이라는 두 계급으로 수탈과 피탈의 숨바꼭질이었다. 국가는 정신적 구심점이 될 수 없었다. 인격은 덕화가 아니라 입신출세의 수단, 곧 관이 되는 길로 본 것이다. 남에게 보이는 것을 지상가치로 생각하고 있는 이런 문화를 진정한 의미의 개인의 신장을 가치롭게 보는 문화로 고쳐나가야 한다. 글자로만 끝나는 많은 덕목보다는 한 가지라도 체득시킬 수 있는 인격교육을 중등학교에서 힘써야 한다. 정직이라는 하나로도 훌륭한 인격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생활교본」은 필요할지언정 허망된 미사여구는 낭비다.

<국제정세와 청소년의 사상교육>국론통일막는 청소년 히피화-김상협(고려대총장)
국제정세의 변화와 사상교육의 방향에 대해 말하겠다. 「미니」와 「맥시」로 이를 모두 설명할 수 있다. 국제정세에서의 이런 설명은 68년 『「유럽」에서의 평화정책』에서 「빌리·브란트」가 재창했다. 「아데나워」가 「이데올로기」만 내세우고 현실적으로 조금도 양보않는 정책을 「맥시」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자는 「미니」정책을 그는 주장했다.
인물면에서도 「맥시」는 사라지고 「미니」가 등장한다. 「제1세계」의 「처칠」·「아데나워」·「드골」이 「히드」·「브란트」·「퐁피두」로 대체되었다. 「제2세계」에서 「스탈린」이 사라지고 「브레즈네프」·「코시긴」이 권좌에 올랐으며 호지명이 사라졌다. 제3세계의 「네루」·「수카르노」·「나세르」가 사라졌다. 다만 장개석·모택동,「티토」·「프랑코」가 남아있지만 석양에 처한 「인간문화재」에 속한다. 정치운영면에서도 사상보다는 복지를 중시하는 「미니」정책으로 변했다. 혁명이 없어지고 발전과 근대화가 국가의 정책으로 되었다. 「모널로그」가 아니라 「다이얼로그」가 필요해진 것이다.
세계의 대세가 현실을 인정하는 「미니」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미국의 장기적인 정책도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국토통일을 거부하는 것이 청소년의 「히피」화다. 새로운 「맥시」가 등장한 것이다. 모든 기성가치를 부정한다. 「종말」이 왔다는 것이다. 비인간화한 기계문명에서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Z에서 새로운 A를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기적인 증상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이 Z사상은 한국에도 제법 많이 들어와 있다.
청소년이 아닌 성인사회에 들어와 있다. 이것이 일단 청소년에 전염될 때를 생각해야 하며, 국제정세의 「미니」화와 청소년들의 「맥시」화를 잘 봉합하여 자유와 복지를 지향하는 것이 중등학교 사상교육의 핵심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의 현황과 전망>국민정신의 건전성 어느때보다 아쉬워-민병구(서울대부총장)
70년에 1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고 71년에 13억7천만「달러」의 수출목표를 정했다. 경제성장율이 연 10%이상으로 「아시아」지역에서는 중국·일본과 함께 가장 높은 성장율을 보이고 있다. 59년에 1천9백만「달러」의 수출을 했던 사실과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이러한 놀라운 발전은 위정자의 지혜와 현명한 판단에 힘입은 바 크다. 민족전체의 의지를 어떻게 이끌것인가를 알았다고 볼수 있다. 또 다른 성장의 소지는 월남전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오늘날의 급격한 경제성장이 외자도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일국교가 정상화된 65년부터 우리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저축에 의한 성장이라기보다 외국자본에 의한 발전이었다. 여기서 부작용이 발생한다. 금년부터는 매년 2억「달러」의 원리금을 상환해야하며 차관은 점점 단기상환 고이자로 되어가고 있다. 농공격차의 증대는 연 3억「달러」의 양곡을 수입해야만 되게했고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평불만을 높였다. 힘겨운 수출실적 달성을 위해 지나친 수입을 하고있다. 69년의 경우 7억「달러」 수출에 18억「달러」의 수입을 하고 있다. 그중 일본과의 무역역조현상은 더욱 심각하여 1억「달러」수출에 6억「달러」 수입을 하는 실정이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국민의 정신적 건전성이 아쉬운 때다. 국내저축이 하루 빨리 외자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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