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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에는 나의 설계와 소망|이희호(여성문제연구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직업여성의 문제, 그중에서도 근로기준법의 손이 닿지않는 소규모 가내공업에 종사하는 저임금 근로여성문제를 71년에 집중적으로 다루어 보겠읍니다. 너무 어린나이, 너무 낮은 임금, 너무 나쁜 근로환경속에서 자기들에게 개선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조차 알지못하고 있는 여성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실태조사도 하겠고 조사결과가 나오면 세미나도 열겠고 개선책이 떠오르면 정부에 건의도 해보겠읍니다.』
여성문제연구회 회장 이희호씨는 『작년에 전태일씨 분신자살사건이 터졌을때 똑같은 조건속에 있는 우리 여성들을 위해 좀더 일찍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 것이 가슴 아팠다』면서 금년에 같은 후회가 되풀이 되지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52년 황신덕씨를 회장으로 이희호씨를 상임간사로 발족했던 여성문제연구회는 그당시 여성들의 가장 많은 불행이 법을 모르는데서 온다고 판단, 이태영박사를 초빙해서 5년동안 법률상담에 주력했었다. 이 초기의 활동은 여성법률상담소가 탄생되는 계기가 되었고, 60년 신민법에서 간통의 쌍벌주의와 상속에의 참여등 여성의 법적지위를 확보해주는데 영향을 미친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8년이 지난 오늘의 여성문제가 직업여성 문제라고 판단한 이희호씨는 직업여성상담을 실시할수 있도록 금년내에 준비를 갖추겠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직업여성들의 문제는 임금·승진·일의 비중에 대힌 남녀차별, 여성보호와 여성건강을 위한 혜택의 불이행, 결혼등 해고조건이 될 수 없는 일을 트집잡은 해고, 연소자의 근로, 근로환경의 악조건등이며 『이런 문제들은 똑똑한 여성들이 싸우려 들면 어느 정도는 개선될 수 있다』고 믿고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직업여성이면서도 근로기준법을 읽어본 일이 없다면 말이 안되죠. 적어도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보호규정만은 찾아 누릴수 있게 각계각층의 직업여성들이 가지고 오는 문제에 대해 상담해 드릴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읍니다.』
작년에 방콕에서 열렸던 국제여성단체협의회 총회에 한국대표로 참석했었던 이희호씨는 다른나라 대표들 얘기를 들어봐도 근로기준법과 실제사이에는 차이가 있어 여성차별이 심한 것을 볼 수 있었지만 그들에게서는 찾아 누리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일본의 섬유노조 여성의원들이 주동이 되어 벌인 운동에서는 육아휴가 3년의 법적보장을 얻어내는데 성공, 아기를 낳은 여성이 3년후 같은 직장에 복직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예를 들기도 한다.
『여성문제연구회뿐 아니라 다른 여성단체와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은 조사와 연구를 하는데 이 자료들이 뿔뿔이 흩어져버리는게 늘 안타까왔어요. 그래서 이번 봄에는 오래 희망해오던 연구지를 창간하려고 해요. 연1회나 2회쯤 여성문제를 다룬 모든 자료들을 모아 발간할 계획이예요.』
직장여성의 수가 날로 늘고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여성의 힘이 요구되고 있는데 정책적인 뒷받침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한 이희호씨는 탁아소와 여성을 위한 재교육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탁아소의 효과적인 운영은 직업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뿐아니라 엄마가 일하는 논밭에서 하루종일 딩구는 농촌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재교육시설은 가사와 육아에 일정한 기간을 바친 여성들이 다시 직업을 갖고 자기발전의 길을 찾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장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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