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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군사통로 될 수에즈운하|중동회담재개와 개통재촉하는 소의 속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오는 2월5일에 끝나게 되는 중동의 잠정적 휴전기한을 한달 앞두고 야링 중동특사가 5일 이스라엘·아랍공·요르단 3국 대사와 개별적인 접촉을 시작했다. 근 4개월만에 재개된 야링특사의 이번 활동은 아랍공의 사다트대통령이 최근 며칠동안 표명한 강경발언으로 미루어 평화회담의 장래를 비관하는 측도 있으나 이스라엘의 유연한 태도가 한가닥 돌파구를 열어놓고 있다. 중동에서 양측의 대화가 끊긴지 4개월만에 전개되고있는 이러한 새국면을 맞아 67년 폐쇄된이래 잊혀져오던 수에즈운하에 대한 전략적 가치 특히 소련의 지중해 및 인도양진출이 현저해진 요즈음 이 운하가 개통됐을 경우의 소련의 움직임에 서방측에서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65년만해도 전함과 잠수함이 각각 5척밖에 안되던 소련의 지중해함대는 70년에 들어 전함 30척, 잠수함 10척으로 늘었다. 소련이 사용가능한 공군기지도 북아프리카 연안에 부쩍 늘었다. 67년에는 이집트의 서안에 21개소의 공군기지가 있었으나 현재는 30개의 기지에 5백여개의 격납고가 흩어져 있다.
소련인이 조종하는 미그21이 이집트군의 기지에서 발착하고 있으며 68년부터는 해군기도 이집트에 기지를 두고 있다. 소련은 이제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 구사를 위해 군사력, 특히 해군력 증강에 중점을 두어왔다.
68년부터 시작된 소련의 인도양 진출은 70년들어 순양함 1척, 구축함 3척, 잠수함 5척외에 수척의 지원함정을 배치하며 절정을 이루었다. 이들은 예멘 소말리아등에 정박할 권리도 갖고 있다.
68년 모리셔스가 독립한 후로는 대규모의 대사관을 개선하여 어업협정을 맺고 침투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서방측에서는 인도양에 뚜렷한 군사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소련의 인도양 진출은 물론 자국의 방위에 직접적인 의미를 갖지 않는다. 소련의 목적은 이 지역에 대한 정치적 영향을 확대함과 아울러 비공산세력의 영향력 감소 및 중공세력진출 견제에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수에즈운하의 개통은 소련에 대해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발틱해에서 수에즈운하를 거쳐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것은 시간이나 거리로 보아 블라디보스톡보다 훨씬 유리하다.
이러한 시간 거리의 단축은 소련이 인도양에 대규모의 해군력을 유지하는 것을 훨씬 용이하게 해준다. 특히 지중해 함대와 수시로 단시간안에 교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수에즈운하의 개통은 수단·소말리아·예멘·남예멘에 대한 무기공급을 훨씬 용이하게 해주며 홍해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증가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소련은 그리 기대를 갖지않고 있다. 67년 수에즈가 폐쇄되기전 소련선박은 해마다 1천8백여척이 1천1백만t의 화물을 실어 날랐다. 이중 6백만t은 유류의 수출이었으며 나머지는 아·아제국과 월맹에 대한 원조물자였다.
물론 수에즈의 개통은 이집트에 통행료 수입에 의한 직접적인 이득을 주어 소련이 경제원조에서 오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집트로서는 오히려 수입이 줄어든다. 67년 폐쇄전의 1년동안의 통행료 수입은 2억1천9백만달러였으나 그 이후 아랍제국(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리비아)으로부터 매년 보조받고 있는 2억5천2백만달러보다 적기 때문이다. 소련이 지금까지 이집트에 제공한 군사·경제원조에 대한 채무를 반제받기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한 수에즈의 폐쇄가 서방측에 더욱 경제적으로 불리한 효과를 가져오리라는 것도 명백한 일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때 소련이 수에즈의 개통으로 더욱 유리한 입장에 설수 있게 될 것이다. 서방측은 유류수송에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없는 대형 유조선에 열을 올리는데 반해 소련은 앞으로도 소형유조선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수에즈의 개통은 소련으로서는 경제적인 면보다 군사적인면에서 더욱 큰 의의를 갖는다. 소련이 수에즈의 개통을 서둘러 재촉하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인도양에서 현재의 군사력을 더욱 증가하기로 결정했다는 징조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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