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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에는 나의 설계와 소망|김영정(주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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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맞벌이부부라는 말이 생긴지는 오래 되었지만 요즘처럼 그 필요성이 여러가지면에서 요구되는 시대는 없었다. 남편의 경제력에 적극적인 내조를 한다는면 이외에 여성에 대한 교육투자의 실효를 따지는 면에서, 그리고 여성자신이 가정이외의 자기발전을 찾겠다는 자각에서 그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아무리 자신을 분석해봐도 가정생활만으로 만족할 여자가 못되기 때문에 직장을 가졌고 그 양립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김영정씨(이대역사학교수)는 『그러는 사이에 모든 대외활동의 원동력은 가정의 원만에 있다는 것을 늘 깨닿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금년에는 일가의 단란을 위해 가장 큰 노력을 할 계획이다.
서울대공대교수인 김준용씨와 12년전 결혼한 김영정씨는 결혼후 곧 도미, 남편의 공학박사 학위에 이어 자신은 철학박사 학위를 따고 65년 귀국했다. 공부 스케줄때문에 자녀들은 사이가 떠 미국서 낳은 딸 미진(11)과 귀국해서 낳은 아들 유준(5)이 있다.
네식구로 이룩된 이 가정은 아무런 특기할 만한 난관을 가지고 있지않지만, 직장을 가진 엄마는 여러 측면에서 자녀교육에 어려움을 느끼게된다. 김영정씨는 말한다.
첫째 문제는 가장 당연한 것으로 엄마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시간과 관심과 서비스의 제한이며 이것을 미안하게 느끼는 엄마 자신의 반응이다. 국민학교에 다니는 미진은 엄마의 직장생활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일과를 혼자서 훌륭하게 처리해간다. 매일매일의 시간도중에는 동생과 함께 놀아주는 시간까지 끼여있다. 그러나 나이어린 유진은 엄마가 집에 돌아오면 엄마를 독점하기위해 떼를 쓰고 엄마는 이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다.
『지나치지 않은가, 버릇이 나빠지는게 아닌가 염려스러울 때도 있다』고 엄마는 말한다.
둘째는 엄마가 사회의 모든 문제들을 일선에서 느끼게 됨으로써 자녀의 일거일동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미진이의 학교선생님은 미진이는 아주 착하고 마음이 곱고 같은 또래에서 눈에 띄게 순진한 아이라고 평합니다. 유진이는 대조적으로 자존심이 강하고 샘이 많고 누구한테나 이기려는 성향이 눈에 띕니다. 각기 여자답고 남자다운 좋은 성품이라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앞으로 오는 세상에도 알맞는 좋은 성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불안을 갖게 되어요.』
지구의 면적이 더 넓어질리도 없고 인구가 줄어들리도 없으며 세상이 결코 살기 수월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엄마는 사회의 일선에서 느끼고 있다. 이런 눈으로 볼때 고전적인 좋은 성품들이 앞으로 오는 세대에서는 좌절의 요인이 되지않을까 염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갈등·부조리·시련을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정서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가정교육에서는 이점에 치중하고 또 정의감에 관한 교육에 마음을 쓰고 있어요. 다행히 우리는 주일마다 교회에 가는 가정이므로 종교가 이런 점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가계부를 꼭꼭 쓰고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찬거리를 손수 사며 부엌에서 남편의 식성에 맞는 음식을 조리하는 이여류박사는 『온 가족이 자기 나름의 피로를 풀고 행복속에서 새힘을 얻는 장소』로 가정을 만들기위해 이해에는 더 많은 노력을 쏟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하나 할일은 노후의 저술을 위한 자료수집, 책을 쓰는 일은 자기발전을 위해 쏟아온 오랜 정열의 결실로서 지금부터 안타깝게 기다려지는 날이라고 말한다. <장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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