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TNS, 코오롱 子회사인줄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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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코오롱TNS의 사업권 인수 과정에서 로비와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지난해 9월 16일 국무조정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코오롱TNS가 월드컵조직위 등에 로비해 최초 월드컵 휘장사업자인 CPP코리아로부터 휘장사업권을 넘겨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월드컵조직위는 "사업권 인수 계약은 FIFA와 코오롱TNS가 상호 협의한 것이며 조직위는 계약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01년 12월 12일 월드컵조직위 문동후 사무총장 명의로 FIFA에 보낸 팩스에는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는 CPP코리아 운영에 관한 공식입장으로 한국의 코오롱그룹 자회사인 코오롱TNS를 추천하였습니다. 이른 시일 내 적극적인 조치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팩스에는 '코오롱TNS가 88년도 서울올림픽과 93년도 대전엑스포 행사시 라이선스를 따낸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 계열사이며 관련 분야 사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코오롱TNS는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이복동생인 이동보씨가 회장으로 있을 뿐, 1988년에 코오롱과 계열분리한 별개 회사였다. 여행업을 주업으로 하는 서비스회사로 국제행사 공식상품 사업을 한 적도 없다. 결국 조직위가 허위 사실을 앞세워 FIFA를 회유.압박해 사업권을 넘기도록 유도한 것이다. 조직위는 이 팩스 내용을 번역해 코오롱TNS에도 보내줬다.

이에 대해 조직위 김동대 사무총장보는 "코오롱TNS가 코오롱 자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의혹을 부채질하는 대목은 2001년 12월 11일 한국관광공사 조홍규 사장과 코오롱TNS 이동보 회장, 정몽준 조직위원장의 회동이다. 조사장이 주선한 이 모임에서 李회장은 鄭위원장에게 코오롱TNS가 사업권을 넘겨받아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이 있은 지 8일 뒤인 12월 19일 코오롱TNS는 사업권을 인수했다. 이후 코오롱TNS를 지원하기 위한 '월드컵 공식상품화 사업 경영자문위원회'가 세차례 열렸다.

문동후 조직위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은 이 위원회에는 재정경제부.중소기업청.산업자원부.문화관광부 관리와 FIFA 조정관, 코오롱TNS 사장 등이 참석, 코오롱TNS 지원 대책을 논의하고 정부에 건의했다. 여기서는 ▶공식상품 생산업체에 융자 지원을 확대하고 ▶코오롱TNS 측이 필요한 분야를 제시하면 중기청이 해당 분야의 기업을 추천하는 등의 각종 조치가 마련됐다.

특히 2002년 1월 29일 1차 회의 때 나온 건의에 따라 3월 19일 차영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이 의류업체인 일흥어패럴을 방문, '월드컵은 국책사업이다'라는 요지로 생산업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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